이미지 크게보기 1970년대 미니스커트를 입은 아프간 여성들. 트위터

아프간, 다시 여성 억압의 땅으로

“탈레반은 여성의 존재 가치가 ‘남성의 성적 만족을 채워주는 데에 있다’고만 생각합니다. 무슬림 사회에서는 여성의 복장을 통해 그 사회의 진보성을 볼 수 있는데, 아프가니스탄은 가장 보수적인 사회가 될 겁니다.”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연구교수는 지난 24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탈레반 사회에서 여성의 자리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간에서 여성인권 악화 가능성을 우려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탈레반은 여성의 ‘머리카락’ 노출 및 ‘립스틱’ 사용과 ‘미니스커트’ 착용에 매우 민감하다. 아프간 여성들에게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 착용을 강요하는 이유도 “머리카락을 드러낸 여성이 미니스커트를 입고 립스틱을 바른 뒤 남성을 유혹하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박 교수가 직접 겪은 사례도 있다. 2009년 국내 비구니 스님과 함께 아프간을 방문했는데, 당시 아프간을 통치하던 아프간 당국이 비구니 스님에게는 히잡 미착용을 허용한 것. 머리카락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박 교수는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여성에 대한 생각이 얼마나 편협한지 알 수 있었다”면서 “탈레반에 여성은 그저 남성 뒤에서 조력하는 존재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박 교수는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간에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 및 권리가 크게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탈레반은 수도 카불 점령 이후 23일 처음으로 아프간의 최고 민의 수렴기구인 ‘로야 지르가(대회의)’를 개최했는데, 이전까지만 해도 참관인으로 회의에 참석했던 여성들은 단 한 명도 참여하지 못했다. 박 교수는 “탈레반 집권 이전인 지난해 아프간에서 아이가 출생하면 엄마 이름을 기재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꿨는데 이마저도 곧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박 교수는 아프간 소녀들이 탈레반의 ‘노예 신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교수는 “탈레반은 종교적 신념 상 결혼 외에는 성생활을 할 수 없기에 어린 여성 청소년들을 본인들의 성적 만족을 위해 신부로 삼을 것”이라며 “순전히 남성의 성욕을 풀려는 목적이고 이제 여성은 남자 없이 거리에 나서면 죽임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탈레반 통치 이후 여성에게 허락될 공간은 집 안 거실과 부엌, 안방밖에 없을 것이며 오늘날 여성을 이렇게 대하는 것은 인류사에 수치로 기록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