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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는 초저녁의 여름이다// 아무도 없는 거리/ 일산의 아파트 단지에는 예능 프로그램 소리가 작게 들리고/ 불이 희미하게 켜진 주점에선 야구를 보면서 맥주를 마시는 사람이 있다// 소리를 내며 날아가는 작은 새, 눈 뜨면 무성해지는 나뭇잎들의 고요한 춤, 피자를 배달하는 오토바이의 뒷모습 점점 작아지는 엔진 소리를 들으며’

- 강지이, ‘초록의 뼈’ (시집 ‘수평으로 함께 잠겨보려고’)

나는 작은 것들에 관심이 많다. 사소한 것들에 유심한 까닭에 “천생 시인이네”라는 핀잔 같은 말은 듣곤 하지만, 눈과 귀가, 마음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리하여 내가 좋아하는 산책길은 골목이다.

골목에는 생활이 있다. 저녁 무렵, 밥 짓는 냄새,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소리가 담을 건너 들려오고 와르르 웃으며 달려가는 아이들의 뒤통수나 아슬아슬하게 비껴가는 어르신의 자전거가 골목을 빠져나가는 풍경. 제아무리 첨단의 시대라 해도 사람 사는 모양은 달라지지 않았다.

우리는 예나 지금이나 저녁을 짓고 둘러앉아 밥을 먹는다. 아이의 까진 무릎에 연고를 발라주고 텔레비전을 켜놓고 꾸벅꾸벅 졸면서 산다. 매번 나는 산책길 어딘가에서 감탄하고 만다. 작고 사소한 것으로 꾸려지는, 우리가 일상이라고 부르는 평범이 바로 진리가 아니겠는가 하고.

넓은 시야를 가지고 살아야 한다. 작은 것, 작은 일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균형은 중요하다. 우리는 지나치게 한쪽으로 쉽게 쏠리고 또 쏠려가다 넘어지기 직전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작은 것 사소한 것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될 때야 우리는 참된 마음-씀을 갖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시인·서점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