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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찬·최현옥(여) 부부

저희는 정보기술(IT)업계에 종사 중인 맞벌이 부부입니다. 일하다 만난 건 아니고요. 5년 전 서울 압구정의 한 클럽에서 만났어요. 당시 저(현옥)는 홍대 앞에서 친구와 맥주를 한잔 했어요. 친구가 흥이 올라 클럽에 가보자고 했고, 평소 클럽을 즐겨가진 않았지만 그날은 특별히 갔죠. 테킬라 원샷을 몇 번 하고 친구와 신나게 춤을 췄는데…. 이후 기억은 없어요. 눈을 떠보니 제 방이었습니다. 휴대전화에 모르는 번호로 “어제 잘 들어갔냐?”는 문자가 와 있었어요. 누굴 만난 기억이 전혀 없어 당황스러웠어요. 그날 클럽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났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죠.

메시지를 주고받다 보니 문득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난 장소 때문에 가벼운 사람은 아닐지 걱정이 됐지만, 일단 만나보기로 했죠. 벚꽃이 흩날리는 석촌호수에서 만난 남편은 하얗고 눈이 예쁜, 딱 제 이상형이었어요. 석촌호수에 나타난 남편은 멋진 정장 차림이었어요. 제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죠. 그땐 데이트 직전에 결혼식이 있었다고 했어요. 결혼 뒤 고백하더라고요. 그날 결혼식은 없었고 잘 보이고 싶어 정장을 차려입은 거라고요. 남편은 용기 내 연락한 건데 제가 전혀 기억하지 못해서 섭섭했대요. 클럽에서 저와 정말 즐겁게 대화했기 때문에 충격이 컸다고 하더라고요.

첫 데이트 열흘 뒤 제가 좋아하는 곱창을 같이 먹으러 갔어요. 남편이 너무 잘 먹어 호감을 느꼈죠. 이 역시 거짓말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어요. 저에게 잘 보이고 싶어 잘 먹는 척했고 사실은 곱창을 싫어한대요. 저를 생각해준 남편에게 고마움이 밀려왔어요.

부부가 된 저희는 일도 열심히 하지만 가족과 여가가 최우선이라는 가치를 공유하고 있어요. 같이 살면서 무수한 결정에 직면하게 되지만, 우선순위가 확실한 덕분에 잘 풀어나가고 있어요.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