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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셀로(26), 심하송(여·28)

저(하송)와 남편은 아일랜드의 한 펍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저는 당시 비영리단체 봉사단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는데요. 일이 바빠 여가 생활은 많이 즐기지 못했어요. 오랜만에 타국에서 놀러 온 친구와 술집에 간 날 마침 남편을 만난 거죠.

펍에 들어간 순간 남편이 제게 먼저 말을 걸어왔어요. “첫눈에 반했다”며 이름과 연락처를 물어보더라고요. 솔직히 무섭기도 해서 알려주지 않으려 했어요. 하지만 남편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연락을 주고받기 시작했는데요.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껴지더라고요.

‘한번 만나나 보자’는 생각으로 나간 첫 데이트에서 남편에게 반전 매력을 느꼈습니다. 제가 시·청각 장애인을 돕는 일을 하다 보니, 아일랜드 수어를 할 줄 아는데요. 첫 만남부터 대뜸 고백해오는 남편에게 ‘좀 더 진지한 사람을 원한다’는 의미를 담아 수어로 답했어요. 그런데 남편이 똑같이 수어로 답해오는 겁니다. ‘수어를 배울 정도면 착한 친구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알고 보니, 남편의 친누나가 청각 장애인이더라고요. 그렇게 몇 번의 데이트 후 연인이 됐습니다. 여느 연인들처럼 다툼도 있었고, 그 과정에서 헤어짐도 있었어요. 이별한 지 반년쯤 됐을 때, 남편과 처음 만났던 펍에 갔는데요. 마침 그때와 같은 노래가 흘러나오더라고요. 분위기와 감정에 취해 제가 먼저 다시 연락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답장이 오더라고요. 남편도 사실 제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면서요.

“그동안 왜 먼저 연락 안 했냐”는 제 물음에 남편은 제가 헤어지자고 한 거라 본인이 먼저 연락할 수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먼저 연락해 무척 기뻤다고요.

저희는 그렇게 재회했습니다. 그리고 다가오는 9월 4일, 결혼식을 올리고 이제는 정식 부부가 됩니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서로에게 용기 낸 그때의 우리에게 감사하며 잘살아 보겠습니다.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