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K-팝 그룹‘트와이스’.

■ 日 사로잡은 한류

문화 넘어 트렌드까지 즐겨
달고나 커피·뚱카롱 등 인기
‘~김지영’등 페미문학도 주목

“일본의 4차 K-붐을 이끄는 10∼20대는 ‘한류’라는 단어 자체를 몰라요. 방탄소년단(BTS)과 트와이스가 한국 가수라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 노래와 퍼포먼스를 잘하니 좋아하는 겁니다. 엄마·할머니 세대가 과거 겨울연가 등 한국 드라마를 즐겨봤던 정서적 친근감도 분명 한몫했겠죠.”

한류 문화정책 전문가인 황선혜 정보경영이노베이션전문직대학(iU) 객원교수는 최근 일본에서 부는 ‘제4차 한류붐’을 이처럼 설명했다. 최근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필두로 한국 콘텐츠가 다시 한 번 일본을 강타하면서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한류의 역사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제1차 한류 붐’은 2003∼2006년 드라마 ‘겨울 연가’의 히트로 시작된 욘사마 열풍을 이끈 중년 여성들이 주도했다. 이들은 여유 있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국 여행을 오거나 일본 내 한국드라마 팬덤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 2010∼2012년에는 ‘소녀시대’의 각선미, ‘카라’의 엉덩이춤을 중심으로 한 K-팝 열풍이 ‘제2차 한류 붐’이 돼 일본을 휩쓸었고, 2016∼2018년에는 한국·일본·대만 출신의 9명의 다국적 여성 아이돌 그룹 ‘트와이스’ ‘아이즈원’ 등 현지화 전략을 쓴 K-팝 그룹들의 3차 열풍이 불었다. 실제 중년 여성 중심이었던 1·2차와는 달리 3차 붐은 20∼30대 젊은 여성들이 주도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지난해 시작된 4차 열풍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함께 찾아왔다. 긴급사태 발령으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자 넷플릭스와 같은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는 일본인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대히트를 친 ‘사랑의 불시착’뿐 아니라 ‘싸이코지만 괜찮아’ 등 수많은 작품이 주목받았다. 그 배경에는 세계를 의식한 마케팅 전략이 있는데, 일본 언론도 “한국 드라마는 많은 제작비를 투입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콘텐츠를 만든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이번 붐은 일상 트렌드나 문학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한국 유튜브에서 달고나 커피(커피크림을 우유에 얹은 음료) 만드는 영상이 유행하자 일본에서도 관련 열풍이 불었고 ‘뚱카롱(데커레이션이 호화로운 한국식 마카롱)’ 같은 카페식 디저트도 일본 젊은 층에게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에는 ‘82년생 김지영’을 필두로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와 같은 K-페미니즘 문학도 주목받고 있다. 나리카와 아야 동국대 일본학연구소 연구원은 “한국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과 맞물려 한국 문학 팬이 늘어나는 것도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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