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아무도 없다… 이태원 맞나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자영업자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17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부근 빈 상가에 임대 문의 안내판이 붙어 있다. 이근홍 기자

■ 서울 12곳 상권 ‘코로나 타격’

평일 이태원 상가 90% 문 닫아
젊은층 모이는 신촌 등 직격탄

“4단계 이후 영업이 되레 손해
매출 반토막? 명함도 못내밀어”

“여기까지 걸어오면서 보신 그대로입니다. 이 동네에서 이런 모습은 처음이죠. 할 말이 없어요.”

17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인근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는 이처럼 한탄했다. 그는 “앞으로도 희망이 안 보이는 게 더 문제”라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꾸준히 찾고 경리단길 등이 젊은 층에게 ‘핫플’(핫플레이스·인기 지역)로 떠올랐던 이태원 상권은 사실상 자취를 감춘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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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출구에서 나오자마자 한 상가에 걸린 ‘임대 문의’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주변에서 가장 목이 좋다고 불렸던 지점에서도 임대를 내놓은 빈 가게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평일 낮 시간이긴 했지만 거리에선 사람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전체 상가의 90% 정도는 문을 닫은 듯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기간 동안 문을 닫거나 주말 영업만 한다는 안내문을 붙여놓은 가게도 있었고, ‘#살고싶다’ ‘#거리두기와 손실보상은 동시 출발해야 한다’ 등 정부를 비판하는 인쇄물을 게시한 상가도 있었다. 텅 빈 가게에서 혼자 자리를 지키고 있던 호프집 사장 박모(42) 씨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이후 정말 영업하는 게 손해인 상황이 됐다”며 “매출 절반 감소는 어디서 명함도 못 내미는 수준”이라고 했다.

문화일보가 18일 서울시 우리마을가게 상권 분석 서비스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상권 붕괴 현상은 서울시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5대 상권 또는 10대 상권으로 불리던 지역들의 외식업 매출은 2년 전(2019년 1분기)에 비해 올해(2021년 1분기) 평균 45% 이상 급감한 것으로 분석됐다. 매출 감소를 피한 곳은 없었고, 매출 감소 폭도 컸다. 통계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금보다 완화됐던 1분기 매출액을 반영한 것으로 최근에는 문제가 더 심각해졌을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지역별로는 이태원역(81.82%), 건대입구역(56.47%), 홍대 주변(49.26%), 신촌역(48.61%) 등의 매출액 감소 폭이 평균보다 높았다. 야간 영업이 사실상 금지된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업종별로는 호프·간이주점의 매출이 60% 이상 감소해 직격탄을 맞았다. 업종 가운데서는 일식 음식점이 16.85%만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덮밥류의 일식을 취급하는 가게가 많아진 영향으로 보인다.

문제는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상권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외식업 중심이 배달·포장 위주로 재편됐고, 고용원 없는 창업이 대세가 됐기 때문이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전무는 “우리나라는 자영업자 비중이 크기 때문에 상권의 붕괴는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고 말했다.

김병채·이근홍·곽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