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가 연구실에서 문화일보와의 인터뷰를 갖고 원전의 필요성과 탈(脫)원전 정책의 폐해, 재생에너지의 장단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주 교수는 “최소한 신한울 3·4호기 공사는 재개해야 한다”며 “우리나라 자연환경 특성상 태양광이나 풍력을 무한정 늘리기에 한계가 있고, 탄소중립 시대에는 전기 사용이 늘 수밖에 없는 만큼 원전을 계속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성호 기자

차기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은…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유력 대통령 선거 출마 후보에게 원자력의 필요성을 잘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뜻깊었다”고 지난 7월 5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만난 소회를 밝혔다.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 출신답지 않게 소탈하고 권위적이지 않아 이야기하기 편했다는 주 교수는 “월성 1호기 사건을, 수사를 가장 잘할 수 있는 대전지검에 (윤 전 총장) 자신이 직접 배당했다고 말해 놀랐다”며 “검찰총장이 직접 개입할 정도로 월성 1호기 수사가 중요하게 취급됐었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대선 출마 선언 후 첫 정책 행보로 주 교수를 만난 뒤 “총장을 관둔 것 자체가 월성원전 사건 처리와 직접 관련이 있다”며 “제가 넘어가지는 않았지만 음으로 양으로 굉장한 압력이 들어왔다”고 말해 큰 파장을 낳은 바 있다.

주 교수는 그러면서도 “윤 전 총장과 만나 전체적으로 탈원전의 문제점 같은 과거 회귀적인 이야기보다는 소형모듈원전(SMR), 원자력, 수소 같은 미래 지향적 주제로 이야기를 더 많이 했다”고 전했다. 윤 전 총장이 서울대와 카이스트 원자력 전공 학생들도 면담한 가운데 주 교수는 “지난 3∼4년간 대학 내 원전 전공 학생이 30∼40%는 줄었다”며 “특히 지방대의 경우가 심각한데 우수한 학생이 안 오고, 인기가 떨어지면 결국 자부심이나 긍지가 줄면서 지금 있는 원전의 안전성마저 위협받게 된다”고 우려했다.

주 교수는 7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내년 3월 9일)과 관련해 “다음 정부는 탈원전의 문제점을 정확히 인식해서 시정해야 한다”며 “이번 정부는 지난 4년간 아무리 얘기해도 들으려 하지 않았는데, 어떤 정권이 집권하더라도 차기 정부는 환상에서 벗어나 사실에 기반한 정책을 펼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깨끗한 에너지라고 하니 재생에너지가 좋아 보일 수 있다”며 “막상 요금이 10%만 올라간다고 해도 감내하겠다는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인데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40%씩 한다고 하면 10% 수준이 아니라 지금보다 요금이 배이상 더 비싸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년간 탈원전 정책 폐해를 알리는 데 주력해왔더니 많은 사람이 저를 폴리페서라고 부르더라”며 쓴웃음을 지은 주 교수는 “아무리 연구를 열심히 해봐야 원자력을 안 하면 존재 기반이 없어지니 우리 학생들, 우리 원전 산업, 국가를 위해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사회봉사를 한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지만, 하루속히 탈원전 문제가 해결돼 본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