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무장반군 탈레반, 카불 포위한 뒤 진입 ‘초읽기’
20년만의 탈레반 정권 탈환 임박…아프간 정부 “평화롭게 정권 이양”
패닉 속 美 대사관 철수 시작, 카불 공항은 탈출 러시

아프가니스탄 전국을 거의 장악한 무장반군 탈레반이 15일 수도 카불로의 진입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의 평화로운 정권 이양 논의가 시작됐다. 일단 탈레반은 “무력으로 점령하지 않겠다”면서 병력의 카불 입성을 유예한 뒤 협상단을 대통령궁에 파견해 협상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보다 훨씬 빠른 탈레반의 정권 탈환에 따라 카불에서는 외국인력 뿐 아니라 아프간 민간인들의 탈출 러시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군 철수 결단을 내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도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5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탈라벤은 전날 밤 아프간 북부 최대 도시 마자르-이-샤리프(발흐주 주도)에 이어 이날 카불과 인접한 동쪽 잘랄라바드(낭가르하르주 주도)와 서쪽 마이단 와르다크(마이단 와르다크 주도)도 접수했다. 사실상 아프간 전역을 모두 장악한 가운데, 탈레반은 사실상 카불 외곽에 입성한 상태다. 이날 국경의 모든 초소도 완전히 장악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은 지난 5월 미군이 철수를 시작한 이래 겨우 3개월 만으로, 예상보다 빠르게 정국을 장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탈레반은 카불 진입은 유예한 상태다. 탈레반 대변인은 이날 트위터로 “조직원들에게 카불 관문에서 대기하고 입성하진 말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아프간 정부가 ‘평화적으로 항복하는 방안’을 두고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가 협상하고 있다면서 “정부나 군에서 일한 모든 이들이 용서받을 것이며 누구에게도 복수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또 탈레반 측은 모든 민간인과 외국인 통행도 허용할 뜻을 밝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아프간 정부도 탈레반과의 협상 사실을 확인했다. 현재 탈레반 측은 대통령궁에서 정부 측과 협상을 하고 있는 가운데, 아프간 정부 측은 “탈레반에게 평화롭게 정권을 이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에 따라 탈레반의 카불 탈환은 거의 기정사실으로 보이며, 향후 미국 대사관 인력 등의 철수가 어떻게 진행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예상보다 빠른 탈레반의 진군에 각국 대사관은 혼비백산한 상태로,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철수 지원을 위해 미군 5000명 배치를 승인한 바 있다.

‘최후의 날’이 다가오면서 주민들도 혼란에 빠져 있다.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는 해외로 탈출하려는 인파가 몰려들고 있다. 카불의 동쪽과 서쪽, 남쪽 등 3면이 탈레반에게 모두 봉쇄된 상태여서 외부로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은 공항 밖에 없기 때문이다. AP통신은 “공항 터미널 밖 주차장에 마련된 항공권 판매 창구에는 표를 사려는 사람들로 줄이 늘어섰다”고 보도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