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SK이노베이션 직원들이 대전 계족산 황토길에서 걷거나 뛰면서 동시에 쓰레기를 줍는 이른바 ‘플로깅’ 활동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4) SK, 글로벌목표 조기달성 주력

SK,5년간 수소사업 18조 투자
수소에너지 밸류체인 구축 분주

SK이노,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2025년엔 연간 200GWh 생산
전지 분리막 등‘세계 1위’목표

SK하이닉스,폐기물 매립제로
2022년까지 온실가스 40%감축
전력 100%,재생에너지로 충당

“향후 탄소 가격이 생각보다 더 빠르게 올라갈 것을 감안하면 ‘넷제로’(Net-Zero·탄소중립·온실가스 순배출 제로)는 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경쟁력의 문제다. 남들보다 더 빨리 움직이면 우리의 전략적 선택의 폭이 커져 결국에는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CEO 확대경영회의에서 그룹 전체 차원의 넷제로 조기 추진을 주문하며 강조한 얘기다.

SK CEO들도 이 자리에서 공동 결의를 통해 글로벌 탄소중립 목표 시점인 2050년보다 앞서 넷제로를 달성키로 했다. 특히 온실가스 감축과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통해 오는 2040년까지 그룹 탄소 배출량을 2020년 대비 약 85%까지 감축하기로 했다. 이는 SK가 탄소 감축 활동을 하지 않았을 경우 예상되는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를 2040년까지 93% 줄여나가겠다는 것으로 넷제로 달성을 위한 SK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

SK가 지난해 국내 기업 최초로 ‘RE100(재생에너지 100%)’ 국제 캠페인에 가입한 데 이어 올해 6월에는 그룹 차원의 넷제로 조기 추진을 선언하는 등 탄소 저감에 앞장서고 있다.

◇“향후 5년간 수소 사업에 18조 투자”=SK㈜는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수소 사업에 향후 5년간 약 18조 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수소 사업 투자 계획을 밝힌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목표는 글로벌 넘버원이다. SK㈜는 이를 위해 SK이노베이션·SK E&S 등 에너지 관련 관계사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수소 사업 전담 조직인 ‘수소 사업 추진단’을 신설하고 생산·유통·공급을 아우르는 수소 에너지 밸류체인(Value Chain)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1단계로 세계 최대 규모인 액화수소 3만t을 공급하고, 2단계로 2025년까지 이산화탄소를 제거한 청정수소 25만t을 추가로 국내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액화수소 3만t은 수소 승용차인 넥쏘 7만5000대가 동시에 지구 한 바퀴(약 4만6520㎞)를 도는 데 필요한 양이다. 나무 1200만 그루를 심는 것과 동일한 탄소저감 효과로 수도권 대기질 개선 등 환경적 측면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2단계로 25만t을 추가 생산하게 되면, SK는 국내에서 연간 총 28만t의 친환경 수소를 생산·공급하게 된다. 이러한 사업 경험과 역량을 활용해 여세를 몰아 중국·베트남 등 아시아 수소 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SK는 국내 수소 생태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건설, 조선, 자동차 제조업 분야는 물론, 연료전지, 수소 생산 분야에서도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총 20만9000명의 고용유발 효과와 사회·경제적 편익 34조1000억 원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그룹은 또한 현대차그룹·포스코그룹·효성그룹 등과 수소경제 활성화 및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민간기업 주도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국내 기업 간 수소 사업 협력을 위한 CEO 협의체인 ‘한국판 수소위원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수소기업협의체는 9월 중 CEO 총회 개최를 통해 설립을 공식화하는 것이 목표다.

이미지 크게보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6월 CEO 확대경영회의에서 그룹 차원의 ‘넷제로’ 조기 달성을 독려하고 있는 모습. SK그룹 제공

◇“정유 기업에서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1962년 국내 첫 정유 기업으로 출범한 SK이노베이션은 사업 기반과 정체성 자체를 ‘친환경 에너지 및 소재 전문회사’로 완전히 탈바꿈하는 전면적인 트랜스포메이션에 착수한 상황이다. 김준 총괄사장은 오는 2025년까지 총 30조 원을 집중 투자해 현 30% 수준인 그린 자산 비중을 70%로 확대하겠다고 대외에 밝힌 상황이다. 사업 중심축을 정유·화학 등 카본(탄소)에서 그린으로 전면 전환키로 한 것이다.

배터리 사업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현재 배터리 부문의 수주 잔액은 ‘1테라와트+α’에 달한다. 현재까지 1테라와트 이상을 수주한 곳은 글로벌 상위 2개 사 정도로 알려져, 글로벌 톱3 진입도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주 규모는 배터리 사업 육성 계획을 밝힌 2017년 5월과 견줘 4년여 만에 약 17배 늘었다. 한화 환산 시 130조 원 이상이다.

지동섭 배터리사업 대표는 이에 대해 “생산 규모는 40GWh 수준에서 2025년에는 200GWh, 2030년에는 500GWh 이상이 될 것”이라면서 “EBITDA(세전·이자 지급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 기준 올해 흑자를 달성하고, 2023년 1조 원, 2025년 2조5000억 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핵심 소재인 ‘LiBS(리튬이온전지분리막)’ 생산 규모도 2025년까지 현재의 3배인 40억㎡로 확대해 세계 1위 소재기업으로 발돋움하기로 했다.

배터리에서 배터리를 캐는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은 2024년까지 상업 생산에 착수해 이듬해 연간 40GWh의 배터리를 재활용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폐플라스틱으로 다시 석유를 만드는 도시 유전’ 사업 모델도 도입하기로 했다. 2025년까지 국내에서 생산하는 플라스틱 전량을, 2027년에는 국내외에서 생산하는 전량(250만t)을 재활용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를 통해 2050년 이전에 ‘탄소 순배출 제로(Net Zero)’를 달성하고, 배터리 사업 부문의 경우에는 2035년까지 이루기로 했다.

◇“친환경 반도체 제조 고도화에 총력”=SK하이닉스는 국내 기업 가운데는 처음으로 국내외 모든 생산 거점에서 ‘폐기물 매립 제로(ZWTL) 인증’을 2년 전 완료하는 등 친환경 전략에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에는 SK하이닉스 이천 사업장 근처 죽당천에 수질과 생태계의 안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수달이 나타나기도 했다.

현재는 탄소 저감 전반으로 대응 전략을 대거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오는 2022년까지 2016년 온실가스배출전망(BAU) 대비 40%의 온실가스를 감축기로 하고 3대 전략을 추진 중이다. △에너지 시스템 최적화를 통한 사용량 및 비용 절감 △기술 개발과 장비 개선을 통한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대체 에너지 인프라 구축 등이다.

지난해에는 SK 관계사들과 함께 국내 기업 최초로 RE100에 가입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2050년까지 소비하는 전력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를 통해 조달하는 인프라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지만 중국 생산시설의 경우에는 당장 2022년까지 RE100을 달성토록 할 방침이다.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질소산화물 포집(De NOx6) 설비를 생산공정에 확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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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