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대형 유통업체 간주
현재 입법 발의 법안만 9건

산업현장 곳곳에서 온라인 플랫폼과 오프라인 전통 산업 간 충돌이 이어지고 있으나 정작 정부와 정치권은 중재·조정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내년 대통령 선거(3월 9일)를 앞두고 공생과 타협을 유도하기보다는 일방적 규제만 담은 법안을 쏟아내면서 포퓰리즘적 행태를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이커머스 업체의 고위 관계자는 9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온라인 플랫폼을 신성장 산업으로 접근하지 않고 기존 전통 업계와 입점 업체들을 괴롭히는 ‘공룡’, 갑을의 관계라는 시각에서만 보고 있다”며 “온라인 플랫폼의 목소리나 입장을 듣는 과정이 거의 없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독일은 온라인 플랫폼 법안 제정에 4년, 일본은 2년이 걸리는 등 신중했던 반면, 현재 우리나라 국회는 속전속결로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을 만드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에 발의된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률 제정안은 모두 9건이다. 의원 발의안이 8건, 정부 발의안은 1건이다. 현재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대규모 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지만 온라인 플랫폼 규제는 근거가 없다. 발의 법안은 대부분 온라인 플랫폼을 대규모 유통업체에 준해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로 인해 약자를 보호하자는 법안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이제 막 싹을 틔우는 신산업에 대해 과도한 규제가 합리적인지에 대한 회의론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 의원 발의 법안엔 온라인 플랫폼 업체에 3배수 징벌적 손해배상 의무를 부과하거나 소규모 매출의 신생 스타트업까지 규제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스타트업 관계자는 “정부와 정치권이 표만 의식해 로비력이 강한 쪽만 편들고 의식할 게 아니라 사회적 타협과 상생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고 고민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