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동지회 영장속 北 지령은

작년 총선앞 반보수 여론전 지시
反美·反트럼프 감정 확산 명령도

북한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 문화교류국은 지난해 21대 총선을 앞두고 ‘자주통일 충북동지회’와 긴밀히 연락하며 ‘반(反)보수 여론전’을 지시한 것으로 수사당국이 파악했다. 국가정보원·경찰은 북한 공작원과 충북동지회 일당이 2017년 6월부터 2021년 5월까지 지령·보고를 84회나 주고받았고, 북한은 이들에게 △반미·반일 감정 확산 △보수당 총선 참패 △중도층 포섭 방안 등을 반복적으로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9일 문화일보가 입수한 이들 4명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충북동지회 활동가 4명은 2017년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북한 공작원과 지령문 및 보고문을 주고받았다. 영장청구 과정에서 수사 당국이 확보한 횟수만 84회다. 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북한 공작원은 2019년 6월 일당에게 “다음 총선(21대 총선)에서 한국당을 참패에 몰아넣고, 그 책임을 황교안(당시 당 대표)에게 씌워 정치적으로 매장해야 한다. 다음 대선(2022년 3월)의 목표는 촛불항쟁으로 쟁취한 진보민주개혁세력의 재집권으로 정하고, 여기에 모든 것을 지향시켜 나가야 한다”고 지시했다. 앞서 같은 해 3월 북한 공작원은 일당에게 “사회 전반에 반미, 반트럼프 감정을 확산시키기 위한 활동을 조직해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북한은 일당에게 ‘조국 사태’로 인해 돌아선 중도층 회유 방안도 지시했다. 북한 공작원은 2019년 10월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로 인해 동요하는 중도층 쟁취 사업’이란 지시를 통해 “현 사태가 보수 부활과 정권 찬탈을 노리고 촛불민심의 적폐 청산, 검찰개혁 요구에 도전해 나선 보수 세력의 기획적인 재집권 책동에 의해 빚어진 정치적 혼란이며 이를 수수방관하면 중도층도 피해를 면치 못한다는 것을 널리 여론화한다”며 “한국당을 ‘여성천시당’ ‘천하의 저질당’으로 각인해 지역 여성들의 혐오감을 증대시키기 위한 활동을 조직해라”고 지시했다.

이외에도 “진보민주개혁세력이 ‘검찰개혁안’ 등의 국회통과를 저지시키려는 보수패당의 책동을 분쇄하고, 정국 주도권을 확고히 장악하는 것을 목표로 내세우고 투쟁해야 한다”(2019년 11월), “박근혜 석방론을 통해 사회 전반에 반보수 투쟁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사업을 조직해야 한다, 창당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을 사회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해 지역사회 원로인사·정치인을 내세워 공격하는 정치여론 활동을 조직해야 한다”(2020년 2월)는 지시도 내렸다.

일당은 북한에 정치 동향을 보고하기도 했다. 2020년 10월에는 북한 공작원에게 ‘전국 보수 적폐세력 및 충북 정치 동향’ 등의 대북보고문을 통해 “적폐세력은 윤석열(전 검찰총장)을 중심으로 ‘조국흑서’ 조작, 박원순(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추미애(전 법무부 장관) 아들 병역 의혹 등 문재인 정권 허약성을 기회로 촛불정권 전복 음모를 체계적으로 진행하며, 반문세력 총궐기를 선동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