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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거리에서 점심 끼니를 때우려 간판을 훑던 중 마주치게 된 ‘착한 순대’는 순식간에 배고픔도 잊게 만든다. ‘저 식당의 주인은 만주에서 왔을까?’라는 질문이 말이 안 돼 보이겠지만, 단어의 역사에 골똘해 있는 국어 선생에겐 가능한 질문이기도 하다. 주인장은 정성스럽게 만든 순대를 적당한 가격에 팔아서 착한 순대라는 간판을 붙였겠지만 ‘착하다’나 ‘순대’ 모두 만주어에서 온 말이기 때문이다.

두 차례의 호란이 끝난 후 왕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청에 끌려가 볼모나 노예 생활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들 중 일부가 돌아온 뒤 새로운 말들이 퍼지게 된다. ‘착하다’도 그중 하나인데 ‘하다’ 앞에 붙은 ‘착’의 의미와 기원을 가늠할 수가 없다. ‘착하다’의 의미도 중구난방이어서 멋지다, 똑똑하다, 강하다, 옳다, 기특하다, 매섭다 등을 대신해 쓰이기 시작했다.

우리말과 만주어는 자매지간이어서 단어나 문장의 구조가 비슷하다. 만주어 ‘착스러(caksere)’에서 ‘스러’는 곧 ‘하’에 ‘ㄴ’이 붙은 ‘한’이니 ‘착스러’는 곧바로 ‘착한’이 된다. 만주어에서 ‘착스러’가 위와 같은 다양한 뜻으로 쓰이니 그 용법을 익힌 이들이 조선에 돌아온 뒤 아무렇지도 않게 ‘착한’이라 쓰게 된 것이다. 변방의 오랑캐였다가 중원의 주인이 된 뒤에도 청 황실의 공식어는 만주어였다. 그러니 당시의 ‘핫한’ 강대국 말을 섞어 쓰면 왠지 ‘시크한’ 멋이 느껴져 유행처럼 번진 것이다.

순대 또한 만주어 ‘순타(sunta)’에서 왔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니 ‘착하다’와 비슷한 시기에 들어왔을 것으로 보인다. 김치도 한복도 죄다 자기 것으로 우기는 문화공정이 이뤄지는 시기에 ‘착한 순대’가 오롯이 만주어에서 왔다고 실토하는 것이 왠지 손해 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음식이든 말이든 서로 받아들여 공유하고 함께 더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착한 행동’임을 고려하면 그들의 공정이 속 좁게만 느껴진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