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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 행안부 지방자치분권실장

올해는 민선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0년이 되는 해이다. 지난 30년간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은 지속적으로 확대됐고, 지역 주민이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절차가 마련되는 등 풀뿌리 민주주의의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특히 지난해 말 지방자치법이 전부개정되면서 지방자치의 패러다임은 ‘단체장’에서 ‘주민’과 ‘의회’ 중심으로, 국가와 지방의 관계는 기존의 ‘지도·감독 관계’에서 ‘협력적 동반자 관계’로 새롭게 전환됐다. 바야흐로 주민 중심의 자치분권, 연대와 협력을 통한 자치발전을 지향하는 ‘자치분권 2.0’의 시대가 본격 개막된 것이다.

이처럼 새로운 지방자치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각종 법령에 규정된 국가와 지방의 역할 분담, 권한과 책임의 배분, 나아가 거버넌스 구조를 자치분권 관점에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입법절차가 바로 ‘자치분권 사전협의 제도’이다.

우리 헌법은 지방자치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으나, 입법 현실에서는 아직 지방자치가 충분히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법령 제·개정 과정에서 법령을 소관하는 중앙 부처 입장만을 반영해 국가와 지방 간 권한과 책임이 불합리하게 배분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국가가 감당해야 할 행·재정적 부담을 지방에 전가하거나 국가의 지도·감독수단을 과도하게 규정해 지방의 자율성을 제한하기도 한다.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행정안전부는 2019년 7월부터 중앙 부처가 제·개정하는 모든 법령에 대해 지방자치권 침해 여부 등을 사전 검토하고 지방자치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소관 부처에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자치분권 사전협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년간 ‘자치분권 사전협의’를 통해 검토된 법령은 3268건에 달한다. 이 중 지방자치권 침해 우려가 있는 81건의 법령에 대해서는 개선권고 의견을 소관 부처에 제시해 제·개정 법령안에 반영하도록 했다.

행안부는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자치분권 사전협의 자문단’을 통해 객관적인 검토기준을 마련해 제도 운영의 신뢰성을 높이는 한편, 사전협의 과정에서 지자체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해 지역의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입법과정에서 지방자치권을 보다 적극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행안부는 올해부터 시범적으로 의원발의 법률안에 대해 ‘자치분권 사전협의’에 준하는 검토를 실시하고 있으며, 운영성과에 따라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법제처와 협업해 법적 근거 없이 지자체의 자치입법권을 제약하는 하위법령도 정비할 계획이다.

국가 사무를 지자체에 위임하는 경우에는 이에 따른 행·재정적 지원 규정을 마련하고, 국가의 지도·감독은 필요한 경우에 한해 최소한으로 규정하도록 하는 등 ‘자치분권 사전협의’가 지방자치권의 실질적 보장을 위한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