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밀반입한 금괴 136㎏ 공항 환승구역서 몰래 빼내…재판부 “국가 관세 업무 혼란 야기”

금괴 운반책을 모집해 일본으로 136㎏을 밀반출한 혐의로 기소된 50대 부부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김준혁 판사)은 관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55·남)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A 씨의 배우자 B(56·여) 씨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공범 C(70·여) 씨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또 A 씨 등에게서 범죄수익 68억5000여만 원을 추징하라고 명령했다.

A 씨 등은 2017년 5월부터 2018년 5월까지 홍콩에서 몰래 들여온 금괴를 일본으로 밀반출하는 데 가담했다. 총책으로부터 밀반출 의뢰를 받은 이들은 금괴를 옮길 운반책을 별도로 모집한 뒤 범행 계획과 수법에 대한 교육, 항공권 예매와 현장 인솔 등의 역할을 각각 맡은 것으로 파악됐다. 운반책들은 A 씨 등의 인솔 아래 홍콩으로부터 밀반입된 금괴를 인천공항 환승구역에서 나눠 받은 뒤 운동화 밑창에 숨겨 일본행 항공기에 탑승해 세관의 감시망을 피했다. A 씨 등은 이런 수법으로 67차례에 걸쳐 원가 기준 62억여 원에 달하는 총 136㎏의 금괴를 밀반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A 씨 등은 경찰 조사에서 밀반출을 의뢰하고 금괴를 건네준 이가 누군지는 모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범행 기간 및 횟수가 적지 않고 밀반출한 금괴의 수량도 매우 많다”며 “이는 국가의 관세 업무에 혼란을 야기하고 신뢰에 영향을 미치는 범죄”라고 질타했다. 다만 “이들의 범행으로 국가의 세금 징수에 직접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며 양형 사유를 밝혔다.

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