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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소모성 경쟁’ 과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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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중국에서는 한 여학생이 어두운 거리에서 자전거를 탄 채 노트북으로 보고서를 쓰는 모습(사진)이 SNS에서 화제가 됐다. 이 여학생에겐 ‘칭화대 공부왕(淸華卷王)’이란 별명이 붙었는데, 이후 이 용어는 향학열에 대한 찬사보다 쓸모없는 일을 했다는 조롱과 비판의 의미로 더 많이 쓰이고 있다. 이를 계기로 과도한 노력과 경쟁이 개인과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정체나 퇴보를 시킨다는 의미의 ‘네이쥐안(內卷)’이란 단어가 크게 유행했다. 거리를 걸으면서 단체로 책을 보고 있는 중·고등학생, 수많은 책을 쌓아놓고 침대로 쓰고 있는 대학생 등이 ‘네이쥐안’의 사례로 꼽혔다. 모두가 무의미한 경쟁에 뛰어든다는 ‘네이쥐안화(內卷化)’라는 파생어까지 등장할 정도였다.

중국 어문 전문지 야오원자오쯔(咬文嚼字)가 지난해 10대 유행어 중 하나로 꼽기도 했던 네이쥐안은 최근에 교육 분야를 넘어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1200억 달러(약 138조 원) 규모로 성장했지만 입시 외에 어떤 발전적 기능도 못하고 있는 사교육 시장, 논문 내용보다 글자 수나 분량에 집착하는 대학생들의 경쟁 등이 젊은 세대들이 겪는 네이쥐안의 병폐라는 것. 전문가들은 네이쥐안이 개인 및 사회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고 젊은이들만 불안감에 빠뜨린다고 지적했다.

결국 중국 당국은 최근 ‘네이쥐안 근절’을 명분으로 사교육 시장에 철퇴를 가했다. 지난 7월 24일 공산당과 국무원은 ‘의무교육 단계 학생들의 숙제 부담과 학원 수업 부담 경감에 관한 의견’을 발표했는데, 이에 따르면 의무교육(초·중등학교) 과정의 국어·영어·수학 등 주요 교과목을 가르치는 사교육 업체 설립을 금지하고 기존 학원은 모두 비영리 기관으로 전환하도록 했다. 방학과 휴일에는 학원 수업을 하지 못하게 하고 현직 교사들의 학원 강의도 불법화했다. 오후 9시 이후 온라인 강의도 차단했다. 사교육 업체들이 이익을 위해 학부모들의 불필요한 경쟁을 유발하고, 치솟은 사교육비로 출산 기피 현상까지 나타나는 만큼 이를 억제해야 한다는 것이 당국의 주장이다. 미·중 무역전쟁 속에 대외적 시장 개척의 한계를 겪고 있는 중국 정부가 대내적 소비시장 확대를 꾀하는 와중에 상당량의 가계 자금이 사교육비에 묶여 있는 것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목소리도 당국의 사교육 근절 방침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학부모나 입시 관계자들은 중국 정부의 이 같은 조치에도 사교육의 네이쥐안이 근절되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명문학교 입학이 인생에 미치는 영향이 큰 상황에서 사교육 수요는 계속 유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베이징(北京) 등의 중산층 가정에선 다른 대안을 찾고 있고, 고액 과외 강사들의 수업료만 올라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방적 사교육 금지 정책에 대한 외부의 시각도 부정적이다. 마치 1980년대 한국의 과외 금지 조치의 ‘데자뷔’처럼 느껴진다. 암시장만 키웠던 역효과를 생각한다면,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부작용이 더 커 보인다. 중국 정부의 정책이 또 다른 네이쥐안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