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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 생존 위협하는 기후변화

“더 파괴적인 산불이 뉴노멀인 상황으로… 2100년엔 태풍 14배 더 발생”

대기가 뜨거운 바다 공기 가둬
기온 오르게하는‘열돔현상’에
지구촌 곳곳 이상기온 가속화

美·캐나다 살인적 폭염에 산불
브라질 커피 산지선 0도 한파
獨·벨기에 대홍수로 인명 피해

온실가스 쌓이며 온난화 심화
“기후위기가 선진국까지 위협
전세계가 즉각적 대응 나서야”

‘지구는 점점 더워지고 있다. 열대성 폭풍과 홍수나 가뭄, 혹서로부터 피난처를 찾기는 더는 쉽지 않다’.

뉴욕타임스(NYT)는 전 세계에 나타나는 이상기후 현상으로 비상이 걸린 지구의 상황을 위와 같이 진단했다. ‘열돔’ 현상에 따른 극심한 더위에서 겨울에는 지독한 한파, 이상기후에 따른 산불부터 홍수까지 전 세계 곳곳이 올해 들어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따른 ‘기후 난민’까지 양산되는 실정으로, 이 모든 게 바로 수십 년 전부터 과학자들이 경고해온 기후변화가 근본 원인이다. 이제 이상기후와 이에 따른 피해는 선진국도, 개발도상국도 가리지 않는 상황까지 왔다. 전문가들은 “기후위기는 영화나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여기 우리 모두의 생존 문제가 됐다”면서 전 세계 인류의 단합된 행동이 지금 바로 시작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 美·캐나다 대형 산불 언제까지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서부 지역은 연일 40∼5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과 산불에 고통받고 있다. 지난달 30일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리턴 지역은 기온이 49.6도까지 치솟고 150건 이상의 산불이 발생했다. 지난 1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 지역 기온은 비공식 56.7도, 공식 54.4도를 기록했다. 오리건주 남동부에선 대형 산불로 잿가루가 섞인 연기 기둥이 10㎞ 상공까지 치솟으며 ‘불 구름’이 만들어졌다. 미국 국립기관화재센터(NIFC) 발표에 따르면 오리건과 캘리포니아, 아이다호 등 13개 주에서 80건의 대형 산불이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 우기가 시작되는 11월 전인 9∼10월에 더 많은 산불이 발생할 예정으로,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극권의 온난화는 심각한 수준으로 기온이 30도까지 치솟고 있다. 지난달 20일 시베리아 베르호얀스크의 기온이 38도를 기록하는 등 이상고온으로 한 달째 산불이 발생했다.


2. 中·印 기록적 폭우 피해는

중국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에는 지난 17일부터 사흘간 617㎜의 폭우가 쏟아지며 지하철에 갇힌 승객 12명을 포함해 63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됐다. 또 농지 7만5000㏊가 침수되는 등 경제적 피해 역시 5억5000만 위안(약 960억 원)에 달했다. 쓰촨(四川)성에서도 역시 시간당 200㎜에 달하는 폭우로 72만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쓰촨 지역에서는 지난 9일부터 내린 폭우로 바중(巴中)시와 다저우(達州)시에 홍수가 발생했다. 여기에 중국 동부에는 제6호 태풍 ‘인파’가 25일 상륙하며 저장(浙江)성을 비롯해 상하이(上海) 등에 상당한 비 피해가 예상된다.

코로나19로 42만 명 넘게 목숨을 잃은 인도 역시 40년 만에 최악의 홍수가 일어나 최소 136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실종됐다. 인도 최대 도시 뭄바이가 속한 서부 마하라슈트라주에는 지난 22일부터 많은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산사태가 발생하고 저지대가 물에 잠겼다.


3. 남반부 브라질 가뭄·한파 영향은

브라질에는 극심한 가뭄에 이어 최근 커피 산지에 한파까지 몰아치고 있다. 브라질의 7월 평균기온은 12∼22도 정도인데, 최근 브라질 최대 커피 생산지역인 미나스제라이스주 기온은 수 시간 동안 0도 밑으로 내려갔다. 1994년 이후 가장 추운 날씨였다. 오는 29일쯤 또다시 한파가 닥칠 것으로 예보됐다.

이번 한파에 앞서 브라질은 극심한 가뭄을 겪었다. 올해 초 가뭄으로 물이 말라버린 상태에서 열대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 하강에 따른 라니냐 현상이 겹쳐 우기도 예년보다 늦게 시작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기후예측센터에 따르면 라니냐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은 8월과 10월 사이에 45%, 9월과 11월 사이에 55%, 10월과 12월 사이에는 62%로 예측됐다. 블룸버그 통신은 “커피 생산 주기로 볼 때 내년 생산량이 많아야 하지만 가뭄과 한파 여파로 생산량이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4. 중동, 물 부족에 인공강우 시도까지?

중동에서는 가뭄에 따른 고온 현상이 확산하며 물 부족으로 인해 인공 비까지 뿌리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연평균 강수량이 100㎜밖에 되지 않는 아랍에미리트(UAE)에서는 인공 비를 뿌리는 데 정부자금 170억 원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UAE 국립 기상국은 최근 북부 도시인 라스알카이마에서 국가 프로젝트인 ‘구름씨뿌리기’로 만들어진 인공 빗속을 달리고 있는 자동차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UAE에선 자연스럽지 않은 광경이었다. 구름씨뿌리기는 보통 유인 항공기를 띄워 옥화은과 같은 화학 물질을 구름에 주입해 인위적으로 비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5. 獨 등 유럽도 대홍수 속수무책 왜

‘200년 만의 대홍수’가 독일과 벨기에 등 서유럽을 강타해 최소 205명이 숨지고 176명이 실종됐다. 지금까지 기후변화 피해는 개발도상국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지만, 선진국 사회기반시설로도 지구온난화 피해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게 서유럽의 독일 서부 및 베네룩스 3국(벨기에·네덜란드·룩셈부르크)에서 발생한 전례 없던 홍수 사태로 증명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독일과 벨기에 등 서유럽에는 한 달 동안 내릴 비가 14∼15일 이틀간 한 번에 쏟아지자, 기존 관개 및 치수 시설이 붕괴하며 라인강 등 강들이 일제히 범람했다. 본 서쪽의 슈타인바흐탈댐, 뒤셀도르프 인근 하인즈베르크의 루어댐 등은 붕괴 위험이 커져 주민들이 대피하기도 했다. 스위스 역시 폭우로 호수와 강들이 범람해 수도 베른을 관통하는 강둑이 터졌다. 서유럽에는 지난 25일부터 앞서 내린 홍수보다 더 큰 규모의 폭우가 쏟아지며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6. 이상고온 원인은 열돔 현상이라는데

미국 상무부의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열돔을 뚜껑처럼 대기가 뜨거운 바다 공기를 가뒀을 때 발생하는 기상현상이라고 정의했다. 대기권과 성층권 사이에서 빠르게 움직이며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를 섞어주는 제트기류가 약해졌을 때 대기권에 발달한 고기압이 정체해 지붕과 같은 역할을 하면서 지열에 데워진 공기가 움직이지 못하는 현상이라고도 볼 수도 있다. 대류로 인해 따뜻한 공기가 산이나 돔 모양으로 바다 표면 위로 올라가며 따뜻한 공기가 고기압 전선에 의해 갇히게 되고, 다시 지면으로 밀려나면서 더 뜨거워지며 돔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뜨거운 공기를 품은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이 만나 대기 상공에서 뚜껑 역할을 하며 공기를 지표면으로 누르고, 지표면에서 가열된 뜨거운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계속 쌓이는 과정에서 압축 효과로 압력솥과 같은 상황이 돼 기온상승 효과가 나타난다.


7. 열돔 현상으로 기후변화 가속화?

열돔 현상은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고 미국 및 캐나다의 대기 질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NYT는 열돔 현상으로 인한 시베리아 화재에 대해 “이번 화재는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를 방출하고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하는 러시아의 광대한 한대 숲을 파괴함으로써 기후변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러시아 정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러시아 시베리아는 열돔 현상으로 인한 화재 성수기가 불과 2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3만 제곱마일이 넘는 면적이 불에 탔다. 마크 패링턴 영국 코페르니쿠스 대기감시국 선임 과학자는 “지난해 시베리아 극동부의 야쿠티아 지역에서 발생한 화재는 2018년 멕시코에서의 모든 연료 소비량과 거의 같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고 밝혔다.

미국 서부의 대규모 산불로 인해 동쪽으로 수천㎞ 떨어진 뉴욕시 등 대서양 연안 지역의 대기 질도 세계 최악 수준으로 악화했다.


8. 국내 ‘불가마 폭염’ 도 열돔 때문?

올해 한반도를 연일 달구고 있는 ‘불가마 폭염’ 역시 원인 중 하나로 열돔 현상이 꼽힌다. 우리나라의 열돔은 장마가 끝난 뒤 북태평양 고기압이 자리한 상태에서 인도 북부의 고온건조한 티베트 고기압이 가세하면서 형성되고 있다. 비닐하우스처럼 뜨거운 공기를 가두는 이상기후인 열돔 현상으로 한반도에도 40도에 가까운 기록적인 폭염이 나타난 것이다. 한반도에 발생한 열돔 현상이 사라지려면 상층부에 자리한 고기압이 해소돼야 한다. 전문가들은 “상층부 고기압이 해소되려면 태풍과 같은 열대성 저기압과 부딪혀야 한다”며 “태풍이 한반도로 올라오는 8월 초 전까지 열돔 현상이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9. 이상기후는 결국 기후변화가 촉발?

세계 각지에서 점점 강도를 더하는 이상기후 현상을 두고 국내외 전문가들은 온실가스의 축적으로 촉발된 기후변화가 그 원인이라고 말한다. 이상기후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인간의 산업활동, 경제활동으로 생성된 온실가스가 쌓이며 지구온난화 현상이 심화했기 때문이라는 것. 지구온난화는 기후의 패턴을 변화시키는데, 이에 따라 급격한 기후변화가 발생하며 오늘날 지구촌 곳곳에서 이상기후가 일어나 인명·재산 피해뿐만 아니라 보건과 환경문제로까지 확산한 것이다. 빌 맥과이어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교수는 “기후의 안정성이 점점 더 빨리 붕괴하는 상황에서 긴급 대응과 관련해 인류가 지독한 곤경에 빠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은 앞으로 더 심화할 조짐이다. CNN은 “기후변화로 인해 더 치명적이고 더 파괴적인 산불이 일어나는 게 ‘뉴노멀’(새로운 정상)인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10. 앞으로도 재해 이어지나

폭우, 태풍, 홍수, 폭염과 같은 재해는 기후변화로 인해 가까운 미래에 훨씬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육지에서 매우 느리게 이동하며 단시간에 많은 양의 비를 뿌리는 태풍이 21세기 말엔 현재보다 최대 14배가량으로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뉴캐슬대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지구물리학연구회보에 게재한 논문에서 “지금 같은 수준의 지구온난화가 이어지게 되면 최악의 경우 2100년쯤에는 육지에서 느리게 움직이며 폭우를 동반한 태풍이 현재보다 14배로 더 자주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가 전 지구적 현상으로 나타나면서 오는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26차 유엔기후변화 당사국 총회(COP26)에서 선진국들이 재원 부담에 전향적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NYT는 “선진국까지 강타한 이상기후 현상으로 전 세계가 즉각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김선영·최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