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킹덤:아신전’의 아신(전지현 분)은 활을 매개로 고난도 액션과 한의 정서를 전하고, 어린 아신(김시아 분·오른쪽 작은 사진)은 생사초와 생사역의 기원을 알려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 전세계 시청 2위 ‘호평’…‘킹덤:아신전’ 분석해보니

시즌1·2 이전 이야기 담았지만
그 자체만으로 완결된 서사 이뤄
생사역 탄생 이유 밀도있게 담아
북방 스산한 기운…새로운 느낌

배우 전지현이 참여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아신전’(아신전)이 지난 23일 베일을 벗었다. 지난해 3월 공개된 ‘킹덤2’의 마지막 장면에 아신(전지현 분)을 등장시키며 새로운 ‘떡밥’을 던졌던 제작진은 ‘아신전’을 통해 한국판 좀비라고 할 수 있는 생사역과 죽은 자를 살린다는 생사초의 기원에 한 발 더 다가간다. 기존 시리즈가 6부작이었던 반면 ‘아신전’은 92분 단편이다. 하지만 이 에피소드는 ‘킹덤’ 시리즈의 세계관을 한층 더 확장시키며 보고, 듣고, 곱씹고, 분석하는 재미를 안기는 데 부족함이 없다. 데이터 업체 플릭스패트롤 기준, 전 세계 시청 2위까지 오른 ‘아신전’을 둘러싼 궁금증을 낱낱이 풀어본다.

◇‘킹덤’ 시즌1, 2와 연결되나?

‘아신전’은 앞선 ‘킹덤’ 시리즈 이전의 이야기를 다루는 프리퀄에 해당된다. ‘킹덤’은 조선을 배경으로 역병이 창궐하고 죽지 않는 존재인 생사역들이 등장하며 겪게 되는 혼란을 그렸다. 두 시즌을 관통하는 질문은 “생사역은 어디서 시작됐나?”다. 이를 쫓는 과정에서 생사초가 비밀을 푸는 열쇠라는 것을 알게 됐지만 정작 생사초가 어떻게 조선으로 흘러들었는지 명확히 설명되지 않았다. ‘킹덤 2’는 이창(주지훈 분)과 서비(배두나 분)가 “생사초를 구매한 사람이 있다”는 소식을 접한 후 그 행방을 쫓다가 생사역을 다루는 의문의 여인과 마주하며 마무리됐다. 그리고 그 여인이 바로 아신이었다. 결국 ‘아신전’은 ‘킹덤’ 1, 2가 미처 풀지 못한 숙제를 푸는 참고서다. 하지만 ‘킹덤’을 관람하지 않아도 ‘아신전’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아신이라는 인물이 겪은 굴곡진 삶과 생사역과 밀접한 연관을 맺게 되는 과정을 단단하게 엮으며 닫힌 서사를 갖췄다.

◇한(恨), ‘아신전’이 펼친 세계관

극 중 아신은 여진족의 분파인 성저야인의 아이다. 아신의 아버지인 타합(김뢰하 분)은 조선 군관인 민치록(박병은 분)의 밀정 노릇을 하며 부족을 꾸려간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부족은 말살되고,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아신은 민치록을 찾아가 복수를 부탁한 후 허드렛일을 하며 연명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성장한 아신은 감춰진 추악한 진실을 알게 된 후 피의 복수를 시작한다.

김은희 작가는 ‘아신전’의 제작발표회에서 “‘아신전’은 한(恨)에 대한 이야기이며, 아신에게 그 정서가 집약됐다”며 “시즌1, 2에서 다루지 않았던 또 다른 세계의 아름다움과 보다 깊은 아픔, 그리고 장르적 재미가 공존한다”고 설명했다. ‘킹덤2’의 세계관은 피(血)였다. “붉은 피를 탐하는 생사역, 핏줄과 혈통을 탐하는 인간의 상반된 세계를 볼 수 있다”는 김 작가는, 결국 흡혈을 위해 맹목적으로 달려드는 좀비와 자신의 핏줄을 왕족으로 만들기 위해 모략을 꾸미는 이들이 다를 바 없다고 외친다.

그렇다면 이런 피를 몰고 온 생사역은 왜 잉태됐을까? 그 답이 ‘아신전’에 담겼다. 아신의 한이 결국 이런 무시무시한 피조물을 탄생시켰다는 이야기가 밀도 높게 전개된다. “조선 땅과 여진 땅에 살아있는 모든 걸 죽여버리고 당신들 곁으로 갈 거야”라는 아신의 대사는 그가 가진 한의 정서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다음 시즌에는 아신과 이창이 마주칠 수 있다는 또 다른 떡밥을 던진다.

◇왜 북방이었을까?

배경은 ‘킹덤’ 시리즈에서 중요한 장치다. 조선이라는 설정 덕분에 한국적 요소가 두루 가미된 ‘K-좀비’가 탄생됐듯, 배경 설정에 따라 이야기의 흐름과 전개 방식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다.

‘킹덤2’의 생사역 행동 패턴에서 중요한 단서가 발견된다. 그들의 동력이 ‘햇빛’이 아니라 ‘온도’라는 점이다. 그래서 따뜻한 낮에는 죽은 듯하던 생사역들이 해가 지고 온도가 떨어지면 활동을 재개한다. 이는 압록강 주변의 추운 북방 지역을 생사역의 기원으로 설정한 ‘아신전’의 노림수라고 할 수 있다. 비교적 따뜻한 느낌을 주던 ‘킹덤’ 1, 2의 조선과 달리 ‘아신전’은 북방 지역의 이국적이고 스산한 기운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20일 열린 ‘킹덤:아신전’의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주연 배우의 모습. 왼쪽부터 김뢰하·김시아·전지현 ·박병은·구교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