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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오펜바흐

20代 이미 첼로·작곡에 ‘두각’
31세 佛 고전극장 음악감독에
안정된 자리 박차고 공연장 운영

오페레타 시금석 ‘천국과 지옥’
파격적 장면 등장…‘청불’수준
대중성있는 멜로디로 취향 저격

캉캉(can-can)은 경쾌한 음악에 맞춰 발을 반쯤 들어 올려 빙빙 돌리기도, 하늘을 향해 높이 차올리기도 하는 춤이다. 원래는 밤업소 춤이었다고 한다. 캉캉이 생겨난 1830년대는 제아무리 프랑스 파리라 할지라도 보수적이던 시절이었다. 밤업소에서도 여성이 다리를 훤히 드러내는 것은 단속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치마를 슬쩍슬쩍 치켜들어 각선미를 뽐내며 추는 춤은 단속할 길이 없었다. 경찰이 들이닥치기라도 하면 재빨리 내려 시치미를 떼면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단속을 피해 쇼를 벌이기 위한 편법이었다. 이런 밤업소의 퇴폐문화를 오페라로 끌어들인 이가 있으니 ‘프랑스 오페레타(Operetta)의 대부’라 할 만한 자크 오펜바흐(1819∼1880)다.

오펜바흐는 1819년 당시의 프러시아 지역, 지금의 독일 쾰른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당시 독일에는 이미 반유대주의가 움트고 있었는데 이를 염려한 오펜바흐의 아버지는 14세의 아들을 프랑스로 보내 공부시키기로 결심한다. 파리 콩세르바투아르 음악원에 입학한 오펜바흐는 원래 이름인 ‘야콥 레비 에베르스트’를 버리고 프랑스식 이름으로 개명한다.

첼로와 작곡을 전공한 그는 음악원 졸업 후 오페라 코미크 교향악단의 첼로주자로 활동한다. 20대에 이미 첼로와 작곡에 두각을 나타냈고 31세가 되던 해인 1850년 프랑스 고전극장인 코메디 프랑세즈의 음악 감독으로 취임하게 된다. 하지만 오펜바흐는 이 명예롭고 안정된 자리를 박차고 나와 자신만의 길을 가기로 결심한다. 더 이상 진부하게 반복되는 오페라가 아닌 빠르게 변하는 대중의 취향을 저격할 만한 작품들을 작곡해 무대에 올리고 싶었던 것이다.

36세가 되던 해인 1855년, 그는 파리 중심가 샹젤리제의 공연장을 찾아내 계약하고 ‘부프 파리지앵’이란 간판을 내건다. 이곳에서 프랑스 오페레타 붐을 이끌어 나갔다. 오페레타란 작은 오페라라는 뜻으로, 대개 경쾌하며 희극적인 줄거리를 기반으로 하는데 그 시금석이 된 작품이 1858년 초연된 오페레타 ‘천국과 지옥’이다. 이 작품은 ‘청불(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 붙을 만한 줄거리를 지니고 있다. 특히 2막에서는 무용수들이 캉캉을 추는, 당시로썬 파격적인 장면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춤을 위한 ‘지옥의 갤럽’이란 음악이 등장한다. 매우 유명한 멜로디로, 캉캉이라고 하면 단번에 떠오를 그 음악을 오펜바흐가 작곡한 것이고, 바로 이 작품 ‘천국과 지옥’에 수록돼 있는 것이다. 오펜바흐는 이 작품에 풍자와 해학적 요소를 가미함과 동시에 대중성 있는 멜로디를 불어넣어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한편에선 감흥에만 치중하는 경박한 작품이라는 조롱도 있었으나 오펜바흐의 파격은 부르주아들만이 아닌 서민들까지도 극장으로 모여들게 했으니 지금의 뮤지컬을 있게 한 주인공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오늘의 추천곡
- 서곡 ‘천국과 지옥’

오페레타 ‘천국과 지옥’은 오펜바흐의 출세작이자 오페레타의 정수라 할 만한 작품이다. 명랑한 분위기와 감미로운 선율로 가득 찬 서곡(Overture)은 콘서트에서 별도로 연주될 정도로 인기가 많으며 특히 캉캉 음악이 등장하는 피날레 부분이 압권이다. 1858년 파리 초연 당시에는 2막으로 연주됐으나 1874년 총 4막으로 수정됐다. 의역된 제목인 ‘천국과 지옥’의 원제는 ‘지옥의 오르페우스(Orphee aux Enfers)’로, 내용은 글루크의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1762)를 코믹하게 패러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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