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주의 영향…비난 쏟아내

‘中 과학, 당국 검열·통제 받아’
서구 고정관념도‘戰狼’부채질

중국 과학계에 쏟아지는 불신과 질타 속에 일부 과학자가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를 펼치는 외교관처럼 외국 학계 등에 적대적인 목소리를 내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 내부의 애국주의 강요와 해외의 불신 사이에서 고민하던 과학자들이 해외에 적대적이 되지만 중국 과학계를 위해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계 영국인인 조이 장 영국 켄트대 조교수는 최근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기고한 글을 통해 이 같은 사례를 소개했다. 특히 장 교수는 최근 자신이 만난 해외 주재 중국 과학자들이 “서구 언론들은 항상 허튼소리만을 하고 있다. 우리의 연구 성과를 폄하하고 무시하는 주장이다” “우리에 대한 불신이 가득하다” 등 해외에서 자국에 대한 반응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중국과 서구의 정치적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수동적이던 중국 과학자들의 분노가 밖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인들의 연구성과는 정부의 검열과 통제를 받는 데다, 첨단화되지 않은 장비로 연구를 진행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진 서양 연구진의 편견이 이 같은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는 “최근 코로나19의 중국 책임론이 더 강화되는 상황이 중국 학자들을 몹시 격앙시켰고, 중국 정부의 민족주의적 선전에 더 동조하도록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인문학계에선 이 같은 성향이 더 강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대만, 홍콩 문제 등에 개방적인 연구자들에게 린치를 가하거나 공격적으로 대응하는 현상이 잦고 일부는 특정 주제에 침묵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가 밝혔다.

그 결과 자연계 과학자들은 중국으로의 귀국을, 인문계 학자들은 검열과 통제를 피해 해외 잔류를 선호하는 형태의 양극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바람직한 관계 정립을 위해 서구 연구진의 고정관념 및 편견을 버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국 학계의 체질 개선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미래연구기관 로마 클럽의 회원이자 홍콩 미래세계연구소(GIFT) 이사장인 찬드란 나이어는 “많은 서구 과학자가 각종 고정관념 탓에 중국 과학자들을 불신하고 있다”며 “서구의 고정관념도 문제지만 중국도 내부 연구에 대한 투명성 제고 및 대외적 개방성 확보 등을 통해 신뢰 회복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박준우 특파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