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용어 악용” 질타

중산층은 중간소득층의 오역
소비·자산 수준 크게 왜곡시켜
다들 ‘나는 중산층 안돼’ 인식

성명재(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한국재정학회장은 학계에서 쓰이는 용어가 정치적으로 변질돼 지금의 정쟁과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 회장은 가장 대표적인 예로 ‘중산층’ ‘소득불평등’ ‘양극화’를 들었다. 그는 “중산층은 원래 ‘미들 클래스(Middle Class)’로 ‘중간계층’ 또는 ‘미들 인컴 클래스(Middle Income Class)’ ‘중간소득층’이 정확한 번역”이라고 말했다. 100명 있으면 50번째 가운데를 기준으로 50∼150%대가 중간소득층이다. 50번째(중간) 소득이 3000만 원일 경우, 1500만∼4500만 원 범위가 중간소득층에 속한다. 그는 “그런데 우리는 이를 ‘중산층’으로 번역했다”며 “중산층은 ‘낳을 산(産)’자인데 원어에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산층에 속하냐 속하지 않냐를 물으면 강남에 전세 30평짜리가 있어야 하고 배기량 2000㏄ 이상 승용차를 몰고 해외여행을 1년에 몇 번 다녀오는 것 등을 생각하는데, 선진국에서도 이런 부유한 수준은 중간소득층이 아니다”며 “그러니 우리나라에서 중산층 여부를 물으면 다들 ‘아니다’라고 하는데, 잘못된 용어 사용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 자주 쓰는 ‘소득불평등’도 원어는 ‘인컴 인이퀄리티(Income Inequality)’로, 이는 ‘소득불균등’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득이 같으면 평등한가? 어떤 이는 하루 15시간 일하고 어떤 이는 일하지 않고 소득이 100만 원이면 이것은 평등이 아니라 역차별”이라며 “소득불평등을 말할 땐 인풋(투입)과 아웃풋(산출)을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금 사용하는 소득불평등은 투입과 산출을 알 수 있는 지표도 없으며, 소득이 차이 나면 불평등하다는 인식 또한 아웃풋만 본 오류라고 지적했다. 불균등도가 크면 불평등할 가능성이 클 순 있지만 그게 불평등하다고 단정할 수 없고, 경험이 많은 50세 경력CEO와 신입사원의 소득이 같을 수도 없다는 설명이다. 이를 구분하지 않고 그저 ‘불평등’이란 용어를 사용하면서 오해와 갈등을 낳는다고 강조했다. 성 회장은 이 같은 용어 사용에 대해 “악용되기 쉬운데 (정치권에선) 이슈를 선점할 수 있으니 고치려 들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1964년 서울 출생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위스콘신대 매디슨 경제학 박사 △한국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홍익대 경제학부장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 △한국재정학회장(2021년 4월∼)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