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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오르크 필리프 텔레만

바흐· 헨델· 비발디 작품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다작가

12살에 벌써 첫 오페라 작곡
김나지움서 작곡·연주법 독학
공공연주 활발…86세까지 창작

현대들어‘고전주의 문열어’평가

독일의 ‘음악의 아버지’ 바흐는 평생을 교회음악에 헌신하며 무려 1100여 개의 작품을 남겼다. 독일 출신으로, 영국으로 이주해 왕을 위한 작곡도 했던 ‘음악의 어머니’ 헨델 역시 680여 곡의 많은 작품을 남겼다. 바이올린의 명인이기도 했던 이탈리아의 비발디 또한 바이올린 작품들을 위시해 800여 곡을 남겼다. 그러나 독일의 작곡가 게오르크 필리프 텔레만(1681∼1767)은 3000여 곡을 남겨, 그 수는 동시대(바로크음악 시대)를 살았던 바흐, 헨델, 비발디의 작품 모두를 합친 것보다 많다. 어떤 학자는 텔레만이 8000여 곡을 남겼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그는 오랜 시간 동안 깊이 없는 ‘의식적인 다작가’라고 폄훼돼 왔으나, 20세기 들어서부터 바로크 음악 이후에 올 고전주의 음악의 문을 연 선구자적 업적과 바흐와는 구분되는 독창적인 음악양식을 인정받으며 재평가됐다. 또 현학적인 음악으로부터 탈피해 자연스럽고 우아한 음악으로, 비로소 시민들도 음악을 향유할 수 있게 만든 ‘음악 개혁가’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음악애호가가 아니라면 다소 생소한 이름일 수도 있겠지만, 바로크 당시에는 달랐다. 바흐보다 4년 먼저 태어난 텔레만은 당대에는 바흐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유명한 작곡가였다. 그는 당시 궁정이나 교회가 음악감독으로 모시고 싶어 하는 초빙 1순위의 음악가였다.

그는 대중에게도 사랑받는 작곡가였다. 당시 바흐나 비발디의 작품들은 수요가 적어 필사본으로만 전해졌다. 하지만 텔레만의 작품들은 악보로 출판돼 유럽 전역으로 팔려나갔다. 이런 인기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바흐의 현학적인, 비발디의 기교적인 음악들은 대중이 감상하거나 직접 연주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텔레만의 작품들은 쉽고 우아했다. 따라서 대중도 어려운 클래식 음악을 쉽게 즐길 수 있었고 아마추어 연주자라도 직접 연주할 수 있었다.

텔레만은 1681년 독일 마그데부르크에서 루터파 프로테스탄트 교회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10세 때 음악을 접해 불과 2년 만인 12세에 첫 오페라를 작곡했다. 그러나 그의 가족들은 텔레만이 음악가가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하지만 텔레만은 힐데샤임의 김나지움(고등학교) 안드레아눔에서 공부하는 동안 짬을 내 작곡과 연주법을 독학한다. 20세가 되던 1701년, 텔레만은 어머니의 바람대로 라이프치히 법대에 입학한다. 하지만 그는 아마추어들로 구성된 연주단체 ‘콜레기움 무지쿰’을 재건한다. 약관의 법대생 텔레만은 ‘음악 하는 친구들’이라는 의미의 단체를 이끌며 활발한 ‘공공 연주’(지금의 열린 음악회)를 펼쳐 나갔다. 이로써 아마추어 연주자들의 양성을 장려했고 일반 시민들도 궁궐이 아닌 시민의 광장에서 음악회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이후에도 자신이 음악감독으로 이끄는 ‘시립악단(Stadtkapelle)’의 이름을 아예 ‘콜레기움 무지쿰’으로 바꾸고 정기적인 공공연주회를 이어나갔다. 그는 86세로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창작의 펜을 놓지 않았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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