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으로 어려웠는데… 초대해줘서 ‘독도 지키기 마라톤’ 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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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운 직장인체육회 마라톤협회장 겸 마라톤TV 대표

저는 ‘제16회 울릉도 전국 마라톤 대회’에 참여했던 캐나다인 이색이라고 합니다. 우선 마라톤 대회에 참여할 수 있게 해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몇 년 전부터 참여하고 싶었던 대회였지만 아직 학생이라서 돈 걱정 때문에 신청을 못했습니다. 이번에 초대해주셔서 부담 없이 편한 마음으로 참여했습니다.

외국인으로서 울릉도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어서 이 대회의 의미에 대해 알고 싶었습니다. 대회 전에 한국인 친구들에게 울릉도에 대해 물어봤는데 “아직도 못 가 봤다” “정말 가고 싶다” 이런 이야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이번 기회가 얼마나 특별한지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대회 전 토요일에 관광하면서 울릉도의 아름다움을 많이 느꼈습니다. 제 달리기 속도와 자세를 상징하는 거북이바위부터 판타지 영화만큼 아름다운 나리분지까지 잊을 수 없는 풍경을 봤습니다. 그런데 실망스러운 일이 딱 한 가지 있었습니다. 바로 이틀밖에 머물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대회가 다 끝나고 다른 외국인이랑 이야기를 나눴는데 다음에 울릉도에 올 때는 꼭 며칠 전에 와서 아름다운 섬을 더 많이 느끼고 가자고 서로 다짐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짧은 코스보다 훨씬 힘든 풀코스를 신청했던 이유는 울릉도의 아름다움을 더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뛰었던 풀코스 중에 울릉도 전국 마라톤 대회가 제일 힘든 코스였습니다. 그런데도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기분 좋게 힘든 경험이었습니다.

아름다운 바다 옆에서 뛰다가 갑자기 산으로 올라가기 시작했을 때 마음이 아주 복잡했습니다. 뛰면서 산을 올라가는 것은 매우 힘들었는데 풍경이 마법같이 아름다워서 견딜 수 있었습니다. 반환점을 지나서 해가 뜨고 기온이 확 올라갔을 때, 뛰어왔던 산길을 다시 올라가야 한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등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앞으로 나올 경치가 더 기대돼 끝까지 뛸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제가 한국어 수업에서 배웠던 바로 그 ‘미운 정’이란 단어의 뜻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힘드니까 미워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힘드니까 장점들을 더 강력하게 느끼게 됐던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풍경, 깨끗한 공기, 친절한 울릉도 사람들, 다른 마라토너들의 열정, 이런 장점으로 가득 찬 대회라서 풀코스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더 오랫동안 울릉도를 느끼게 돼서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마라톤 대회를 못 뛴 지 오래됐습니다. 그동안 마라톤 대회에 대해 많이 잊어버렸던 것 같습니다. 혼자서가 아니라 같이 모여서 달리는 마라톤의 그 분위기 말입니다. 건강한 삶을 위한 열정을 오랜만에 느껴서 특별히 시원했습니다.

외국인이지만 한국 역사 속에서 독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습니다. 울릉도에 와서 독도 지키기 마라톤에 참여하면서 마음 깊은 곳에서 그 중요함을 직접 느꼈습니다. 다른 마라토너들이 자꾸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독도 지키기 마라톤에 참여해 줘서 고맙다” “한국 문화를 잘 배워 줘서 고맙다” 그런 말을 자꾸 듣게 됐습니다.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됐으니까 ‘우리 땅’이라고 아직 말할 수는 없지만, 울릉도 마라톤 대회 덕분에 그런 열정과 한국인의 애국심을 느끼게 돼서 정말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기회를 주셔서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 마라톤을 통해 건강한 삶, 대한민국에 대한 열정, 그리고 평화를 위해 열심히 뛰겠습니다.

이색(Liam Wat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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