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떠나는 崔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문재인 대통령의 사표 수리 이후 별도의 이임식 없이 직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감사원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측근 “여권 비판 굉장히 치욕적”
김기현 “도넘은 압박 탓에 사퇴
언제든 환영 꽃다발 준비할 것”
원희룡·정의화도 崔 적극 옹호

최재형 전 감사원장 측은 여권이 최 원장 사퇴를 ‘헌법정신 훼손’ ‘정치적 중립 위반’이라고 일제히 비판하자 “임기를 마치지 못하게 만든 게 누구냐”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국민의힘은 최 전 원장에 대한 여권의 비판을 방어하면서도 영남 의원들을 중심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최 전 원장의 한 측근은 29일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최 원장 사표를 수리하면서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라고 비판한 데 대해 “그간 깨끗하고 순결하게 살아왔는데 이런 말을 듣게 된 상황이 굉장히 치욕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최 전 원장이 사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려 사퇴한 것 아니냐”며 “정치에 손톱만큼도 관심 없던 사람이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상황에 몰려 역할을 요구받게 된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야권의 또 다른 대선주자인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전날 페이스북에 “정상적인 원전자료 폐기 감사에 대해 끊임없이 정치적 논란을 부추겨 감사원장직을 더 이상 수행할 수 없게 만든 사람이 누구냐”며 “‘임기보장’에 대해 말을 꺼낼 자격이 없다”고 썼다. 최 전 원장에게 대권 출마를 권유해온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순전히 현 정권이 원인을 제공했고 또 거기에서 비롯됐다고 본다”며 “청와대와 여당은 최 전 원장의 선택을 개인의 대권 욕심으로 폄훼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영남 의원들이 중심이 돼 입당을 권유하는 분위기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최 전 원장이 자진사퇴 형식으로 그만뒀지만 청와대와 집권여당의 도 넘은 압박, 갑질에 따른 사퇴였다”며 “국민의힘은 언제든지 환영 꽃다발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남 출신의 한 중진의원도 통화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에겐 거부감이 덜하니 차라리 최 전 원장으로 가자는 말이 있다”고 전했다.

여권의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KBS 라디오에서 “감사원의 업무에 정치적 중립성이랄까, 공정성 문제에 대한 시비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최 전 원장은 감사원 내부망인 오아시스에 ‘퇴임사’를 올려 임기를 채우지 못한 데 대한 미안함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관례에 따라 최 전 원장의 퇴임사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최 전 원장 부부는 전날 문 대통령의 사의 수용 소식이 전해진 뒤 공관을 비운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공관에 짐은 남아 있는 상태로 보인다. 정치권은 최 전 원장이 당분간 고민의 시간을 가진 뒤, 7월 중순쯤 정치 참여 의사를 밝힐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손고운·김유진·서종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