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여행업계에 최악의 재앙이었지만, 돌이켜보면 두 번 다시 없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감염병의 확산으로 여행 목적의 출국이 아예 불가능해진 상황은 국내여행을 다시 보게 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동안 산업화하지 못하고 찬밥 신세였던 국내여행이 코로나19의 와중에 소비자들에게 새삼 주목받았던 것이지요. 코로나 시대에 국내여행은 분명 기회를 맞았습니다. 물론,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경계가 가장 느슨했을 때도 국내여행이 권장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확진자 숫자 그래프의 기울기에 따라 여행자들을 향한 지탄과 손가락질이 쏟아지곤 했으니까요.

이제 백신 접종이 가속도를 내면서 여행의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 속에서 출구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게 느껴집니다. 지금 필요한 건 ‘출구전략’입니다. 정부는 이제 여행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를 말해야 합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 기준 개편으로 사적 모임 금지 기준과 영업시간 제한 등이 조정되는 상황에서 언제까지나 여행의 욕망을 눌러놓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여전히 여행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인가요. 아직도 되도록 외출하지 말고 집에만 머물러 있어야 하나요. ‘트래블 버블’로 해외여행을 추진하면서, 다른 나라보다 더 안전한 지방은 여행하면 안 되나요. 정부는 답해야 합니다.

코앞으로 다가온 휴가철에 전국의 휴양지 호텔과 리조트는 물론이고, 민박까지 예약이 꽉꽉 차고 숙박요금도 ‘바가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올랐습니다. 이제는 가지 말란다고 안 가는 상황이 아닙니다. 그걸 알면서도 팔짱을 끼고서 ‘가지 말라’고 하는 건 무책임한 일입니다. 지금이야말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국민의 안전한 여행을 위해 피서객을 분산하는 등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방법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요. 지역 주민과 관광객 모두를 위해 관광객이 몰리는 지역을 우선해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겠고, 주민의 백신 접종률이 높은 한적한 섬 지역 등으로 여행을 유도하는 방법도 있을 겁니다. 제대로 시행조차 못해 보고 중단됐던 숙박·여행비 할인지원사업도, 휴가여행을 뒤로 미루게 하기 위해 비수기에 예약하는 경우에만 여행비를 지원해주는 사업으로 바꿔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