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공수처·檢 동시고발
누가 수사 주체인지 명확지않아
경찰 포함 세갈래로 진행가능성
정치적 민감… 수사 지연될 수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관련한 여러 의혹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윤석열 X파일’ 관련 수사가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세 갈래로 나뉘어 진행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들 수사기관이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X파일 최초 작성자와 관련자, 검찰·경찰 등 국가기관의 작성 개입 여부 등을 밝혀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논란이 큰 사안임을 감안해 검찰이나 경찰 등이 상황에 따라 수사를 지연하는 등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는 24일 ‘윤석열 X파일’ 문서 작성에 관여한 성명 불상의 국가기관 관계자를 수사해달라는 고발장을 공수처에 제출했다. 법세련은 “X파일을 봤다는 사람들의 일치된 의견은 국가기관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이라는 것”이라며 “윤 전 총장과 그의 가족을 수사하는 검찰·경찰 등의 수사기관에서 제공한 불법 정보와 국가정보원·국세청 등이 제공한 불법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됐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상 공수처는 모든 검사와 경무관 이상 경찰 공무원, 국정원·국세청 3급 이상 공무원에 대한 수사 및 기소권을 갖고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가 고발한 국가기관 관계자가 특정되지 않아 공수처가 검토 후 사건을 검찰이나 경찰에 이첩할 가능성도 있다.

법세련은 전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X파일을 작성하도록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있다며 그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X파일 논란을 촉발한 송 대표에 대해 임무영 변호사(전 검사)는 “송 대표가 국회의원 면책 특권 범위에서 발언했기에 법률적으로 처벌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송 대표가 X파일 작성에 관여했다면 면책 특권 적용에서 벗어나게 된다.

현직 한 부장검사는 “만약 송 대표가 어떻게든 작성에 관여했다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법세련은 송 대표와 함께 ‘X파일 최초 작성자’를 명예훼손죄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대검찰청은 고발 내용을 검토한 뒤 조만간 사건을 일선 검찰청에 배당하고, 일선 검찰청에선 경찰 이송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다만 ‘명예훼손죄’는 검찰 직접수사 범위인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 해당하지 않아 최초 작성자 관련 수사는 경찰에 넘길 것으로 보인다.

X파일을 봤다고 주장한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참고인 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수사기관은 장 소장으로부터 해당 파일을 확보해 실체를 확인한 뒤 장 소장 등을 상대로 최초 작성자 및 유포 경위 등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시중에 유통된 또 다른 ‘윤석열 X파일’은 친여 유튜브 채널인 ‘열린공감 TV’ 운영자들이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윤 전 총장에 관해 취재해온 내용을 담은 노트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이해완·염유섭·김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