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안부, 5년이상 불명자 직권말소

부산 인구 1만2900명 줄어들듯
경북 7500명 ↓·전남 5810명 ↓
대구 ‘240만명 마지노선’ 붕괴위기

인구소멸 위험 신안·영양군 등
지자체별로 인구 증대 대책 고심

정부가 주민등록자 가운데 장기 거주 불명자인 이른바 ‘유령인구’에 대해 처음으로 일제 정리에 나서면서 지방자치단체마다 대책 마련으로 부심하고 있다. 저출산 현상 등으로 인구가 감소하는 가운데 시·도별로 유령인구가 대거 드러나고 있기 때문으로, 엎친 데 덮친 격이 된 인구소멸 위험지역은 인구 증대 정책 수립에 골몰하고 있다.

23일 행정안전부와 각 지자체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개정된 주민등록법 시행에 따라 장기 거주 불명자에 대한 사실 조사 근거가 마련됐으며 행안부는 각 지자체에 주민등록상 5년 이상(2016~2020년) 거주 불명 주민을 확인해 직권 말소토록 했다.

이들은 건강보험료 납부·국민연금 가입 여부 등 20여 가지 행정서비스 이용 실적이 없는 주민으로, 제때 사망신고를 하지 않거나 이민 등에 따른 국적 변동 미신고가 대부분이고 일부 실종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는 지난 5월 말 기준 전체 장기 거주 불명자 1만6000명 중 유령인구로 확인된 1만2900명(80.6%)에 대해 직권 말소 처분했다. 대구시는 9392명 중 6958명(74.0%), 전남도는 7305명 중 5810명(79.5%), 강원도는 6897명 중 5757명(83.4%)을 직권 말소했다. 또 경남도는 5007명, 경북도는 7500여 명이 직권 말소 대상자로 알려졌다.

이같이 유령인구가 속출하면서 6월 말 기준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가 대폭 감소할 전망인 가운데 심리적 인구 마지노선이 무너진 지자체는 고심하고 있다. 5월 말 인구 240만2940명인 대구시는 직권 말소를 고려하면 6월 말 기준 240만 명이 붕괴한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처음으로 대구혁신도시 등 공기업 직원들을 대상으로 주소 이전 운동을 검토 중이다.

한 명이 아쉬운 인구소멸 위험지역 지자체는 난감한 입장에 처했다. 지난해 기준 지방소멸위험지수가 각각 0.162, 0.158인 전남 신안군은 238명, 경북 영양군은 91명이 말소 대상이다. 신안군은 2019∼2020년 사이 1336명의 인구가 감소한 점을 고려하면 작지 않은 비중이다. 영양군 관계자는 “유령인구로 인구 증대 정책에 큰 타격을 입었다”며 “인구를 늘릴 묘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또 유령인구를 방치한 데 따른 논란도 일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직권 말소자 발생으로 그동안 주민등록 인구의 허수가 발생한 데다 주민등록 인구를 토대로 한 선거 공보발송 등 각종 행정사무 비용과 행정력 낭비가 전국적으로 상당했을 것”이라며 “특별 교부세 등 인구수에 따라 배분하는 각종 정부 지원에 형평성 문제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사실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시·도별 직권 말소자 현황 공개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인구는 행안부가 전산시스템으로 조사한 전국 29만 명의 70~80% 정도로 추정된다.

대구 = 박천학 기자, 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