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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 신기술 용어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으로 이뤄지는 또 하나의 산업혁명을 일컫는 4차 산업혁명은 그 이름에 걸맞게 언어생활에도 큰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그러나 전에 없던 새로운 영역과 기술이 속속 등장하는 데다 신기술 분야에서 영어가 사실상 공용어처럼 쓰이는 탓에, 영어 표현이 번역 과정 없이 그대로 쓰이는 사례가 많다. 가뜩이나 심각한 디지털 격차를 더 키우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적절한 대체어를 만들어 사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최근 가장 자주 사용되는 용어로는 ‘메타버스(Metaverse)’가 있다. 가공이나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결합한 말로, 3차원 가상세계에서 자신의 역할을 대신하는 가상 인물이나 분신을 통해 서로 교류하고 사회·경제·문화적 활동을 함으로써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 또는 그런 세계를 의미한다. 기존 ‘가상현실(Virtual reality)’보다 한 차원 더 심화된 메타버스의 대체어로 국어문화원연합회는 ‘확장 가상세계’라는 표현을 제시했다. 메타버스라는 개념과 이를 이용한 기술 및 서비스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는 만큼, 추가로 적절한 대체어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캄테크(Calmtech)’는 평소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인공지능(AI)과 컴퓨터, 감지기 등 첨단기술과 장비를 활용해 세세한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을 뜻한다. 이용자가 일일이 조작하거나 명령하지 않아도 알아서 서비스가 이뤄지는 게 특징인데, ‘자동 편의 기술’ 정도로 바꿔 쓸 수 있다. ‘빅 블러(Big blur)’는 첨단기술 발달에 따라 사회가 변화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산업의 영역이나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볼 수 있다. 이는 ‘탈경계’나 ‘경계 융화’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이 밖에 ‘다크웹(Dark web)’은 ‘지하 웹’으로, ‘라이프로그(Lifelog)’는 ‘일상 정보’로, ‘온택트(Ontact)’는 ‘영상 만남’이나 ‘영상 접촉’ 정도로 바꿔 쓸 수 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

[문화일보·국어문화원연합회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