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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노인 학대 예방의 날

지난해 학대 사례 19% 급증
아들 34% 배우자 31% 달해
집콕 시간 늘며 갈등 심해져

경기 평택경찰서는 지난 9일 치매 질환이 있는 아버지를 수차례 폭행한 아들 A(40대) 씨를 노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15일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달 13일 아버지 B(86) 씨가 대변 실수를 해 씻기려 했으나 이를 거부하자 오른쪽 눈을 때리고 3∼4회 넘어뜨리는 등 폭행을 가했다. 나흘 뒤 노인센터 소속 요양보호사가 B 씨를 목욕을 시키는 과정에서 학대 정황을 포착했다. 경찰 조사결과 무직 상태인 A 씨는 집에서 10년간 아버지를 홀로 돌보면서 홧김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영향으로 노인 학대가 급증하고 있다. 이날 보건복지부가 제5회 노인학대 예방의 날을 맞아 발간한 ‘2020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학대 사례는 총 6259건이 발생해 2019년 5243건에 비해 19.4% 늘었다. 특히 발생 장소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가정 내 학대(88.0%)가 2019년 4450건에서 지난해 5505건으로 23.7% 늘었다. 학대 행위자는 아들(34.2%)인 경우가 가장 많았고, 배우자(31.7%)도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경찰청 집계에서도 노인학대 112 신고는 2018년 7662건, 2019년 8545건, 2020년 9707건으로 매년 1000건 가까이 늘며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노인이 노인을 학대하는 경향도 두드러졌다. 지난해 학대행위자의 연령대는 70세 이상이 2034명(30.4%)으로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으며, 50대 1634명(24.4%), 40대 1352명(20.2%) 등 순으로 나타났다. 70세 이상이 학대행위자인 사례는 2019년 1759건에서 지난해 2034건으로 15.6% 늘었다. 서울시는 매년 늘어나는 노인학대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노인보호전문기관을 3곳에서 4곳으로 1곳을 추가 개관하는 대책을 내놨다.

복지부 보고서의 전문가 제언을 보면 노인학대의 급증 원인으로 코로나19가 지목됐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우울장애, 스트레스 및 가족갈등 등이 심해지면서 노인 학대 증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또 제한된 공간인 집에서 함께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가정 내 노인학대가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경찰청은 노인 학대 예방의 날을 계기로 이날부터 한 달간 노인학대 예방·근절 집중 홍보 활동에 나선다.

김보름·최재규·노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