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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어린 자녀를 가진 부모라면 누구라도 가사서비스 때문에 노심초사한 적이 있기 마련이다. 정작 가사서비스는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돼왔다. 1953년 근로기준법을 제정하면서, 가사사용인에 대해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배제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그래 왔다. 근로시간이나 임금, 퇴직금 그리고 연차유급휴가 등 근로자에게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지는 노동법적 권리들이 가사근로자에게만큼은 예외였다. 근로의 제공이 단지 가정이라는 사적 공간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누군가의 가정이 가사서비스 종사자에게는 엄연히 직장일 수 있음을 거의 70년간 간과해 온 셈이다.

현실은 바뀌었다. 가사 및 육아 도우미 종사자 인원만 공식적으로 14만 명에 이른다. 신용불량이나 파산, 기타 복지급여수급을 이유로 가사근로자로 일하면서도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경우까지를 포함하면 훨씬 늘어날 것이다. 가사서비스의 양적 성장만이 아니다. 가사서비스의 품질과 신뢰 그리고 책임성이 중요해졌다. 국민은 안심하고 가사서비스를 맡기고 싶어 한다. 가사서비스에 대한 신뢰와 책임성을 제고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사서비스 노동의 공식화가 필수적이다. 실제로 벨기에의 경우 2004년 가사서비스를 공식화해 노동법 제도의 틀 안으로 포섭하면서, 가사서비스 산업이 급속도로 팽창했다. 2006년 당시 6만여 명에 불과하던 가사근로자 수가 2011년에는 무려 15만여 명에 달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11년 ‘가사근로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협약’을 채택한 바가 있다. 가사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 및 사회보장권 확대를 촉구했다. 이것은 단순히 가사근로자를 보호하자는 취지만이 아니다. 그래야 양질의 가사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사노동자 보호를 위한 법안 논의가 10여 년 전부터 시작됐다. 번번이 좌절되다가 2021년 5월 21일 드디어 ‘가사근로자의 고용 개선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가사근로자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문제는 비용이다. 노동의 공식화는 비용 증가를 수반하기 마련이다. 가사근로자법에 따라 가사서비스 제공 기관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가사근로자는 최저임금, 사회보험, 퇴직금, 연차 유급휴가 등의 권리를 보장받는다. 인증기관이나 가사서비스 수요자의 비용 부담은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대목에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인증 가사서비스제도가 국민 생활 안으로 정착될 때까지는 정부가 재정적 지원에 나서줘야 한다. 인증가사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할인쿠폰을 지급해 소비자의 비용부담을 실질적으로 절감시켜 주고, 인증기관이 직접고용한 가사근로자에 대하여는 사회보험료를 일부 지원해주는 방안도 필요하다. 선진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부가가치세 감면이나 개인소득세 세액공제 등 세제지원 방안을 가사서비스의 공식화와 연계시키는 방법도 적극 고려해볼 만하다. 정부의 그 어떤 재정지원정책보다 절실하게 국민 가슴에 와 닿을 것이 틀림없다. 입법은 늦었지만, 실행은 과감하고 신속히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