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2019년 경남 김해시 능동초교에서 특수교사로 일한 안민경(가운데) 교사가 학생들과 그림책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특수교사 15년’ 김해시 주석초 안민경

힘들어도 절대 좌절하지 않게
매일같이 ‘희망찾기’훈련시켜

교실 벗어나 산으로 시장으로
학생들과 현장에서 체험 학습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에게
가장 절실한 건 따뜻한 관심”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엄청난 금전적 지원이 아닌 주변의 관심과 사랑입니다. 장애 학생이나 비장애 학생이나, 아이들은 어른들이 세심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쏟을 때 제대로 성장해 나갑니다.”

경남 김해시 주석초교의 안민경(40) 교사는 특수학급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특수학급 학생들은 시각장애, 청각장애, 정서·행동장애, 자폐성 장애, 의사소통장애, 학습장애, 발달지체 등 장애로 인해 특수 교육을 필요로 하는 특수교육 대상자들이다. 이들은 특수학교를 다니거나 안 교사의 제자들처럼 일반 학교의 특수학급에서 교육을 받는다.

특수교사로 15년 넘게 일해온 안 교사는 ‘보편성’을 늘 염두에 둔다. 안 교사는 “삶을 살아가는 방식은 다르겠지만 모든 사람이 살아가야 하는 방향이나 삶을 대하는 태도는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장애 여부를 떠나 누구나 힘들고 지치고, 화가 나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있지만, 그것을 극복하며 일상을 밀고 나가는 것이 삶이란 뜻이다.

안 교사는 학생들에게 힘들 때 좌절하지 않고, 희망을 찾는 방법을 꾸준히 연습시킨다. 그는 “아이들에게 친구들과 문제가 생길 때, 학교생활이 힘들 때, 좋은 것을 하나라도 발견해 보게 한다”며 “‘친구가 연필을 빌려줘서 기분이 좋았어요’ ‘오늘 급식이 맛있었어요’와 같이 자칫 놓치고 지나가는, 일상에서 좋은 점을 하나씩 발견해내는 연습을 하면 희망을 찾고 다시 일어서는 용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매일같이 희망을 연습해서일까. 안 교사의 교실은 늘 웃음으로 가득하다. 교실 안에서의 공부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배운 것을 적용하고 생활하며 뛰어놀기 위해 산으로 바다로, 백화점으로 시장으로 자주 나간다는 그의 반은 매일 도전하고 실천하느라 바쁘다. 급훈도 ‘기쁘게 느끼고 감사하는 행복한 나’라고 한다.

삶의 태도가 보편적이라고 해도 삶의 무게는 비장애인보다는 장애인에게 무거운 것이 현실. 장애인을 어디에서 만나도 자연스럽고, 이들에 대한 소외와 차별이 없이 정말로 누구나 보편적인 삶을 가질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안 교사는 “타인에 대한 ‘따뜻한 관심’이 지금보다 더 많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제자 A 군의 이야기를 꺼냈다. 청각장애가 있는 아버지와 생활하던 A 군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생활이 많이 어려워졌다. 아버지는 일자리가 불안정해졌고, A 군을 돌봐주시던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도움이 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던 때, 경남도교육청에서 사각지대 아동들을 위한 교육복지 사업을 시작했고 관련 공문을 교감 선생님이 전달해줬다. 결국 A 군이 사업에 선정돼 생활에 필요한 여러 물품을 지원받게 됐다.

안 교사는 “경남도교육청이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에 대해 관심을 가졌고, 그걸 놓치지 않은 교감 선생님과 후다닥 신청서를 작성했던 저, 그리고 신청서의 글을 놓치지 않고 A 군에게 필요한 물품을 전해준 복지사님과 기관이 있었다”며 “A 군은 누군가 자신을 응원하고 관심을 가져준다는 사실을 충분히 몸과 마음으로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심하고 지속적인 관심은 한 가정을, 한 아이를 바꿀 수 있다”며 “한 사람의 관심과 사회적인 제도들이 한데 어우러져 지속적인 지원으로 이어지고, 많은 가정이 웃으며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덧붙였다.

안 교사는 마지막으로 집에 있는 제자들과 두 아들에게 “나를 소중히 여기고, 상대방을 나 같이 대하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내가 기분 나쁘다고 해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말과 행동을 해서는 안 되고, 나의 상처받은 마음을 정중한 태도로, 분명한 말로 전달하는 그런 용기 있고 따뜻한 아이들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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