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文대통령, 與 초선 70명 간담회

文 발언 듣고 일일이 사진 촬영
7~8명씩 그룹 만들어 의견 취합
그룹 대표 등 11명만 발언 기회
75분 중 의원별 발언 2~3분 뿐
정치적 쓴소리 없이 정책 건의만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이 3일 지난해 총선 이후 처음으로 간담회를 했지만 4·7 재·보궐선거로 확인된 민심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선 의원들은 부동산, 청년 등 민심의 불만 요인과 정책 기조 변화 필요성을 건의했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와 같은 정치적인 사안은 거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 시간도 문 대통령과 의원 개인별 사진 촬영까지 합해 1시간 30분이 되지 않는 등 충분한 의견 교환을 하기에는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는 이날 오전 청와대를 방문해 문 대통령과 차를 곁들인 담회를 가졌다. 초선 의원들은 부동산·재난지원금·청년·소상공인 등 민생 문제를 중심으로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민초 운영위원장인 고영인 의원 및 김경만·김병주·신현영·양기대·양이원영·이동주·이탄희·장경태·조오섭·천준호 의원이 이날 간담회에서 발언했다. 간담회에 앞서 초선 의원들은 7∼8명씩 그룹을 만들어 의견을 모은 뒤 대표자가 간담회에서 발표하는 방식으로 준비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의원은 “주거 안정, 소상공인 피해 보상, 실직자 등 여러 문제에 대해서 대통령에게 건의한다”며 “청년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점도 얘기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초선 의원은 “남은 대통령 임기 동안 챙겨야 할 구체적 정책을 제안하는 분위기”라면서 “정치적인 얘기는 나오지 않을 것이고 그게 맞는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조 전 장관 문제는 얘기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는 더민초가 청취한 민심을 대통령에게 전달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원들의 발언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더민초는 재·보선 참패 후 당 쇄신을 요구하며 결성돼 지난달 인사청문회 정국에서는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중 한 명 이상은 부적격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 결국 박 후보자가 자진 사퇴했다. 더민초는 또 외부 인사 초청 강연, 20·30대 등 시민과의 민심 경청 모임 등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재·보선 참패의 가장 큰 원인인 조 전 장관 사태를 외면하고, 당·청 관계 재조정, 국정 기조 전환 등을 강력하게 건의하지 않았다. 지난해 국회의원 총선거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과 만나는 일종의 상견례 성격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초선이 지나치게 ‘얌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간담회 일정이나 형식의 한계도 지적된다. 이날 간담회는 오전 10시 30분에 시작해 한 시간 남짓 이어졌고, 기념촬영에 30분가량이 소요됐다. 익명을 요청한 민주당 관계자는 “70명이 넘는 의원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솔직한 생각을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나”라며 “대통령이 각계를 만나며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