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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근형·이상진 교수, 바이오 잉크 기반 ‘세포 담체’ 개발

손상 부위 큰 근육재생 땐
기존 2D·3D 기술론 한계

바이오 잉크 유량 등 조절
재생 효과 90% 이상 높여

신경조직·인대 등 응용에
뼈 조직 재생에도 큰 도움

3D 프린팅 기술을 생체에 적용한 바이오 프린팅 조직 재생이 첨단 의료 전선에 빠르게 보급되는 가운데 4D 프린팅 기술이 새로 개발됐다. 살아 있는 세포와 합성고분자 등을 혼합한 바이오 잉크로 실제 조직에 가장 가깝게 ‘그려 만든’ 인공 조직이 사고나 노환으로 근육이나 뼈의 손상을 입게 된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은 성균관대 김근형 교수와 웨이크포레스트 재생의학 연구소 이상진 교수 연구팀이 4D 프린팅 기술로 세포 배열을 조절할 수 있는 바이오 잉크 기반의 세포 담체를 개발, 근육 손실 동물모델에서 그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세포 담체(scaffold)는 세포가 원하는 조직으로 증식, 분화될 수 있도록 미세한 공간을 제공하고 외부 세균의 침입도 억제하는 세포의 집 같은 지지 구조물을 말한다.

4D 프린팅이란 3D 프린팅 구조물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활용해 스스로 자가변형이 가능하게 만든 기술이다. 논문은 응용 물리학 분야의 국제학술지 ‘어플라이드 피직스 리뷰(Applied Physics Reviews)’에 각각 5월 4일(뼈조직 재생)과 12일(근육 재생)에 게재됐다.

먼저, 근육 조직의 경우 한 방향으로 줄지어 나란히 연결된 섬유 다발로 이뤄져 있어 이를 재생하려 할 때 평평한 2D 구조체로 한 방향 연결형 표면을 만든 후 그 위에 근육세포를 덧입혀 마지막에 한 방향으로 가지런히 배열된 근육 조직으로 성장시키는 방법이 사용됐다. 하지만 손상 부피가 큰 근육을 재생하려 할 때 이 방식은 한계가 있었다. 결국 바이오 프린팅 기술로 근육조직 재생용 3D 세포 지지체를 만드는 수밖에 없었다. 이 역시 기존 바이오 잉크를 이용한 세포 프린팅 공정은 미세한 근섬유의 마이크로·나노 패턴 형성에 한계가 있어 한 방향으로 세포가 정렬된 구조를 제작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

이에 연구팀은 부피가 큰 근육 손실 부위의 재생을 위해 자외선, 전자선 등 빛을 쬐면 딱딱하게 굳는 광경화(光硬化)성 바이오 잉크에 합성 고분자인 폴리비닐알코올(PVA)을 첨가해 이식용 3D 인공 근육을 제작해 냈다. 이때 한 방향의 가지런한 배열을 유도하기 위해 바이오 잉크의 유량과 프린팅 속도 등을 조절해 섬유화된 PVA 분자가 전단 응력에 의해 프린트하는 방향으로 나란히 정렬되도록 만들었다. 그다음 PVA를 제거함으로써 구조체 내부의 세포들이 한 방향으로 배열되게 했다. 바이오 잉크에 포함된 인간 근육 세포가 자라나는 방향을 올바르게 제어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핵심은 바이오 잉크에 포함된 합성고분자의 자가배열을 유도함으로써 근섬유 다발처럼 정렬된 형태의 근육 모사 구조체를 제작한 데 있다. 연구팀은 손가락 크기(길이 15㎜, 너비 7㎜, 깊이 3㎜)의 치명적 근육 손실을 당한 쥐의 전경골근에 자가 배열기능을 갖는 세포 구조체를 이식하고 8주 후 이식 부위가 실제 근육처럼 재생되는 것을 확인했다. 근세포의 분화 및 재생 효과가 높아져 세포 담체에 포함된 근육 세포 생존율도 90% 이상 높게 나타났다. 앞으로 근육 조직뿐 아니라 결을 지닌 심근 조직, 신경 조직, 인대 등에도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연구팀은 차의과대학 한인보 교수 연구팀과 함께 4D 프린팅 기술로 뼈 조직 재생을 도울 세포 담체도 개발했다. 기존 뼈 이식재는 혈관 연결을 하기 어려워 이식 효과가 떨어진 반면, 이번 세포 담체는 뼈 내부에 작은 구멍이 송송 뚫린 수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미세채널 구조를 갖고 있어 이식 부위 주변 조직에서 혈관이 효율적으로 생성됨으로써 골재생도 촉진됐다.

연구팀은 이를 척추 유합 생쥐 모델에 실제 적용해 골조직의 우수한 재생 효과도 확인했다. 척추 유합은 척추뼈 사이에 뼈를 이식해 2개의 뼈를 하나로 합치는 수술을 말한다. 과거 미세채널이 없는 세포 담체에 비해 약 1.2배의 세포 성장률을 보였다. 미세채널 구조를 만든 세포 담체는 2.3배 이상의 유합률, 2.5배 이상의 신생 골 조직 및 혈관 형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