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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헌법학

코로나19 방역은 의학이고 과학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처음부터 방역을 정치적으로 접근해 왔다. 지난해 초 발원지인 중국발 입국자를 방치한 것도, 4·15 총선 때 재난지원금을 미끼로 코로나를 표 모으는 데 이용한 것도 그렇다. 의료진의 헌신적인 봉사와 국민의 적극적인 협조로 거둔 초기 성과를 정부 업적처럼 K방역으로 세계에 홍보하는 데 많은 재정을 낭비한 것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사태는 백신 개발 전과 후를 나눠 의학적이고 과학적으로 대처했어야 했다. 지금 국민이 겪고 있는 불안과 불편은 그런 효율적인 방역 정책 부재에서 비롯됐다. 코로나 팬데믹은 어차피 백신을 통해 극복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의학계의 정설이다. 정부는 이런 상식을 무시하고 백신 개발은 고사하고 백신 조기 확보도 게을리했다. 그 실패의 혹독한 대가를 지금 국민이 겪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일은 정부의 가장 중요한 국정 과제다. 정부는 그 헌법적인 책무를 소홀히 한 채 국민의 기본권을 무차별 과잉 제한하는 데만 의존하고 있다. 백신 접종 기피 현상도 국민이 안심하고 맞을 수 있는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을 신속히 확보하는 데 실패한 탓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일관성없는 갈팡질팡 정책으로 접종률을 높이겠다며 여러 유인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마저도 일관성이 없다. 백신을 한 번이라도 접종한 사람에게 야외 마스크 의무를 해제하고 종교 집회나 모임 등에서 인원 제한을 풀어주겠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2차 접종까지 마친 사람을 비접종자와 똑같이 감염위험요소로 취급해 생활에 심각한 불편을 주고 있다. 한 예로, 서울 강남보건소는 관내 유명 피트니스센터에서 감염자가 생기자 획일적인 탁상 방역으로 대처하고 있다. 감염자와 시설 내에서 마스크를 쓴 채 우연히 동선이 겹친 모든 회원에게 시설 이용을 막고 유전자증폭(PCR) 검사 등 자가격리를 강요한다. 2차 접종까지 마치고 이미 2주 이상이 지난 회원도 예외가 없다. 접종을 장려하면서도 접종자를 비접종자와 똑같은 방역 대상으로 다루는 비효율적이고 일관성 없는 면피성 탁상 방역의 생생한 현주소다.

정부는 일관성 있고, 국민 생활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역대책을 내놔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이 원하는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조속한 백신 확보에 정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막연히 불안해 하는 국민을 탓할 일은 결코 아니다. 갈팡질팡 접종 유인책을 발표한다고 해서 국민의 불안감은 줄어들지 않는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도 코로나 초기에 정치적으로 대처했다가 많은 희생자를 냈다. 그러나 백신 개발에 엄청난 재정을 투자해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공로가 있다. 우리 정부도 이제는 코로나의 정치적 접근을 완전히 버리고, 일관성 없는 방역정책 대신 실효성 있는 현장 중심의 방역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해외로 눈을 돌려도 코흐(Koch)연구소를 중심으로 처음부터 의학적이고 과학적으로 방역정책을 수립해 일관성 있게 시행한 독일은 지금 유럽에서 대표적인 방역 모범국으로 평가받는다. 감염자가 현저히 줄면서 접종 완료자에게 해외여행까지 허용하는 등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