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羅 vs 李 나경원(왼쪽 사진) 전 의원과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2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비전발표회에서 정권 창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신진-중진 당권 갈등 격화

나경원 “이준석은 유승민계
특정계파 대표 안돼” 견제구

이준석 “친박계 지원 羅가 문제”
김웅도 “계파정치는 허상” 반격

변화와 경륜을 각각 내세우는 신구 대결로 흥행몰이를 이어가던 국민의힘 대표 경선에 구시대적 ‘계파전쟁’이 돌출하면서 이전투구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여론조사상 1·2위를 다투는 나경원 전 의원과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26일 상대방을 각각 ‘유승민계’ ‘친박(친박근혜)계’로 칭하며 공격에 나섰다. 여기에 옛 친이(친이명박)계와 ‘안철수계’인 국민의당까지 가세하며, ‘구시대 정치’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특정 계파 당 대표가 뽑히면, 윤석열(전 검찰총장)·안철수(국민의당 대표)가 과연 오겠습니까”라는 글을 올렸다. 명확하게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유승민계’로 불리는 이 전 위원과 김웅 의원을 겨냥한 발언이다. 그는 “특정 계파에 속해 있거나, 특정 주자를 두둔하는 것으로 오해받는 당 대표라면 국민의힘은 모든 대선주자에게 신뢰를 주기 어렵다”며 “정권 교체 필패 코스”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과 이 전 위원은 즉각 반박했다. 김 의원은 “존재하지도 않는 계파를 꺼내 후배들을 공격하고서 용광로 정치가 가능하겠냐. 계파 정치 주장은 ‘흉가에서 유령을 봤다’는 주장과 같다”고 했다. 이 전 위원은 “나 후보의 말씀에 공감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구 친박계의 전폭 지원을 받는 나 후보가 대표가 되면 윤 전 총장이 상당히 주저할 것 같다”며 맞받아쳤다. 대표 경선이 ‘중진 대 신예’ 구도로 자리 잡으며 구태 보수정당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계파 정치가 후보들 간 ‘깎아내리기’ 신경전에 사용되는 모양새다.

국민의당도 가세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MBC 라디오에 출연해 ‘이 전 위원이 당 대표가 된다면 야권 통합에서 긍정적이라 보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부정적”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외관은 청년이지만, 기득권 정신으로 가득 차 있는 야당에는 오로지 돈과 조직이 있는 국민의힘만 존재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유승민계’인 이 전 위원을 견제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정치 원로들까지 뛰어들고 있다. 이날 친이계 중심 단체인 ‘국민통합연대’는 주호영 전 원내대표를 대표로, 조해진·배현진 의원과 정미경 전 의원을 최고위원으로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최고위원에 출마한 이영 의원은 “안 그래도 바쁜 사람들을 한가하게 앉아서 줄 세우기 하는 것도 구태”라고 비판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