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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살던 동네에 ‘？새’라는 이가 있었는데 그 이름의 유래가 재미있다. 그이의 어머니가 부엌에서 군불을 지피다 낳았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부엌을 ‘붜키’라고 했으니 제대로 쓰려면 ‘？쇠’라고 해야 정확한 표기일 것이다. 어느 집에든 있어야 하는 공간, 집 안의 공간 중 가장 먼저 분화됐을 것으로 보이는 이 공간은 방언에서는 부엌 계열과 정지 계열이 팽팽하게 맞서며 나타난다.

부엌도 방언을 뒤져보면 ‘부엌, ？, 부사케, 부수케’ 등 자잘한 변이형이 많지만 이는 모두 하나의 뿌리에서 갈라져 나온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정지(간), 정제, 정주, 정게’는 부엌과 계통이 전혀 다르다. 이 중에 ‘정주’는 한자어 ‘鼎廚’와 발음이 같고 솥이 걸린 부엌이란 의미니 한자어에서 기원을 찾을 수도 있을 듯하다. 그러나 한자에 기원을 두고 있다면 이렇게 다양한 방언 형이 나오는 일은 드물다. 우리말의 어원을 추적하면서 한자나 한자어에 갖다 붙이려는 태도가 드러난 것일 수도 있다.

문제는 또 있다. 정지를 쓰는 지역에서도 부엌과 같은 계통인 ‘부？, 부수께’ 등이 쓰인다. 그러나 이는 부엌의 일부인 아궁이를 뜻할 뿐 음식을 만드는 공간 전부를 뜻하지는 않는다. 한반도의 서쪽에서는 부엌에 아궁이가 있고, 한반도의 동쪽과 남쪽에서는 정지에 부엌이 있는 것이다.

우리말과 친척 관계인 만주어에서 부엌은 ‘부스케’ 혹은 ‘종지’로 쓰인다. 부스케는 부엌과 뿌리가 같고, 종지는 정지와 뿌리가 같음을 쉽게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그 뿌리를 찾는 것도 의미가 없어질 듯하다. 아궁이는 자취를 감췄고 정지는 사투리라 잘 안 쓰인다. 부엌마저도 이제는 주방이란 이름으로 대체됐다. 그리고 그마저도 거실과 연결돼 분리된 공간이 아닌 트인 공간이 돼가고 있다. 어쩌면 ‘붜키’란 말이 추억 속의 말이 됐듯이 부엌이란 말과 그 공간조차 추억으로만 남을지도 모르겠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