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2019년 인천 서구 인천발산초 교실에서 김택수 교사가 학생들에게 ‘통일’에 대한 수업을 하면서 낱장인 실크 손수건들이 하나로 연결되는 마술을 선보이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5월 특집 -‘교육마술 전파’ 김택수 인천발산초 교사

대학시절 우연히 마술에 심취
교사 부임한뒤 과목마다 접목

2014년‘마술교육연구회’창립
他학교 교사들과 교수법 개발

11년째 제자들과 글쓰기 소통
인성 길러주고 배려심 북돋워

대학 시절 우연히 ‘마술카페’에서 마술을 접한 후 단번에 마술과 사랑에 빠져버린 한 남자. 이 남자는 카페의 화장실을 닦으며, 마술사들의 잔심부름을 도맡아가면서 1년 동안 마술을 연마했다. 마술 이전에 교사라는 꿈이 있었던 그는 교사가 된 뒤 마술과 수업을 접목시키기로 다짐한다. 교사가 되기 전부터 마술을 이용한 100여 가지의 수업을 준비했던 그는 마술과 수업을 접목한 ‘마술 부리는 교사’가 됐다. 인천 서구 인천발산초 김택수(42) 교사의 이야기다.

빠르게 움직이는 손을 쫓느라 학생들이 눈을 한시도 뗄 수 없게 만드는 김 교사는 국어, 수학, 과학, 미술 등 전 과목에 마술을 접목해 교육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새 학기가 되면 처음 만난 아이들과 친해지려고 마술을 많이 한다”며 “낯을 많이 가리는 아이들은 쉽게 속마음을 내보이지 않는데 마술을 보여주면 금방 친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일단 마술로 마음이 열린 학생들은 수업에 집중한다. 수업 분위기가 좋아지면, 진도를 나가는 데 수월하다. 김 교사는 수업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또 한 번 마술을 꺼내 든다. 국어 시간, 한글 창제에 대해 설명하면서 책을 양손으로 구부려 재빨리 넘긴다. 빈 백지만 보이는 낱장들, 글자가 없었던 상황을 설명한다. 이어 김 교사가 “중국에서 글자를 빌려왔다”며 다시 책을 재빨리 넘기자 빈 백지에 한자가 가득 채워져 있다. “세종대왕이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우리 고유의 글자인 한글을 창제하게 됐다”면서 책을 차례대로 넘겨서 보여주면 방금까지 한자로 가득 채워져 있던 책이 이번에는 한글로 가득하게 된다. 아이들이 박수를 치며 교사의 말에 집중하는 순간이다.

김 교사는 마술을 절대 오락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마술은 철저히 학생들이 수업에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도구로, 또 과목을 효과적으로 이해시키는 도구로 활용한다. 교육 현장에서 마술의 힘은 생각보다 세다. 이 때문에 그는 지난 2014년 ‘전국교사마술교육연구회 S.T.E.P MAGIC’이라는 교사 모임을 새롭게 만들고 61명의 선생님과 7년째 모임을 함께하며 교수법을 개발하고 있다.

마술을 학생들과 생활에서 자주 활용하다 보니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다. 김 교사가 오래전 한 학부모로부터 편지를 받았는데 ‘우리 아이에게 사악한 마술을 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그는 “그분이 독실한 기독교인이셨다”며 “중세시대 마술이 부정적 의미로 여겨졌던 역사가 있기에 충분히 그러실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해당 학부모를 공개수업에 초대했고, 수업 장면을 본 학부모는 교육적이고 즐거운 수업에 만족하며 돌아갔다고 한다.

김 교사는 아이들의 인성교육에도 각별히 신경을 쓴다. 그는 반 아이들과 11년째 매일 아침 ‘글똥누기’라는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학생들이 아침에 등교하면 자신의 삶을 간단히 한두 줄 또는 쓰고 싶은 만큼 글로 작성하고 교사가 반 아이 모두에게 답글을 달아주는 활동이다. 그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도록 강조하고, 이런 것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학생들이 자유의지를 가지고 배려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하는 게 저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김 교사는 훗날 ‘아이들을 정말 사랑한 선생님’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한다. 그는 “디자이너 고 앙드레 김 선생님이 무대에 선 많은 배우가 언제,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 어떤 옷을 입었는지 생전에 전부 다 기억하셨다고 한다”며 “‘사랑하면 기억한다’는 말처럼 저 역시도 많은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먼저 기억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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