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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데믹에 추락한 지도자들

봉쇄조치 완화한 터키 대통령
하루확진 6만명 3차유행 초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세계 각국 지도자들을 시험대 위에 올려놓았다. 코로나19 대응에 실패한 이들은 지지율이 추락했고 탄핵 위기에 몰렸으며 급기야 축출됐다.

코로나19 대응에서 낙제점을 받은 지도자들의 공통된 특징은 ‘자만’. 모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과소평가했거나 너무 이른 시기에 코로나19를 물리쳤다고 자만했고, 이는 수천만 명의 국민을 위험에 빠뜨렸다.

하루 신규 확진자 40만 명을 넘는 등 연일 최악의 기록을 세우고 있는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지난 2014년부터 재임하며 강력한 권력을 자랑해왔으나 팬데믹으로 추락하고 있다. 모디 총리는 코로나19를 물리쳤다고 자만하며 지방선거를 겨냥한 대규모 정치유세와 힌두 최대 새해 축제 쿰브멜라(Kumbh Mela)를 허용했고, 이는 제2차 대유행을 불러일으켰다. 그 결과, 미국 여론조사업체 모닝컨설트가 조사한 모디 총리 지지율은 지난해 5월 2일 84%에 달했으나 지난 4일 65%로 떨어졌다.

코로나19 초기 대응 성공 사례로 주목받았던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도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이맘때 터키는 팬데믹에 성공적으로 대응했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평가를 받았다. 특히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코로나19 통제에 성공했다고 선언하면서 “터키는 팬데믹 이후 재편될 세계의 스타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봉쇄를 완화했고, 식당·카페 영업도 재개했다. 하지만 지난달 하루 6만 명 이상의 신규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거센 3차 대유행을 맞았다. 이에 에르도안 대통령은 뒤늦게 지난달 29일부터 오는 17일까지 국가 전면 봉쇄를 선언했다. 지난 2월 메트로폴의 여론조사 결과 에르도안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적 응답은 46%로, 지난해 3월 55%에 달했던 것보다 9%포인트 떨어졌고 특히 여당의 지지율은 30%에 불과해 에르도안 대통령 집권 이래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평균 일일 확진자 수 6만 명을 크게 상회하는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여전히 백신 접종을 거부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가벼운 감기 정도로 치부해온 그는 지난해 말 “나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을 것이며, 이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바보, 멍청이들”이라면서 “백신을 맞은 사람이 악어로 변해도 나는 책임지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도 했다. 현재 브라질 하원에 접수된 보우소나루 대통령 탄핵 요구서는 116건에 달하며 그의 코로나19 부실 대응을 따지기 위한 국정조사도 시작됐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팬데믹 초기 코로나19를 단순한 감기 정도로 치부했다가 결국 대선에서 패배한 대표적 사례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소멸될 것이라고 여기며 마스크 착용도 안 했던 그는 초기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을 거세게 받았고, 갤럽 여론조사에서 지난해 3월 49%까지 치솟았던 그의 지지율은 급감해 11월 대선에서 패하며 대통령 자리도 내줬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