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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츠와 엡스타인 관계 대해
멀린다, 2013년부터 강한 우려”
재단 전현직 직원들 증언 해와

NYT ‘타운하우스 만남’보도에
멀린다 격분, 변호사들과 통화
2년전부터 이혼 준비 재산 협의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이자 세계적 부호인 빌 게이츠(65)와 이혼에 합의한 아내 멀린다 게이츠(56)가 2년 전부터 줄곧 이혼을 준비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양측 모두 정확한 이혼 사유에 대해 함구하는 가운데 멀린다가 미성년자 성범죄를 저지른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남편의 관계를 강하게 우려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게이츠 부부의 이혼에 대해 잘 아는 소식통과 관련 문건 등을 인용해 “멀린다가 최소 2019년부터 27년간의 결혼생활을 끝내기 위해 복수의 이혼 전문 변호사들과 논의해왔다”고 보도했다. 게이츠 부부는 지난 3일 트위터에 올린 공동성명을 통해 “우리는 더 이상 우리 인생의 다음 단계에서 부부로서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혼 사실을 발표한 바 있다.

부부는 구체적 이혼 사유에 대해 밝히기를 거부했지만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의 전·현직 직원들에 따르면 멀린다는 2013년부터 남편과 엡스타인의 관계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인권 문제에 앞장서 온 멀린다는 당시 남편과 함께 자선사업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엡스타인을 만났으나 이후 남편에게 엡스타인에 대한 불쾌감을 표현했다. 하지만 빌은 아내의 우려에도 엡스타인과의 관계를 끊지 않았다. 엡스타인은 2019년 8월 14세 소녀 등 미성년자 20여 명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수감 중 사망했다.

특히 멀린다는 2019년 10월 뉴욕타임스(NYT)에 남편이 엡스타인과 여러 차례 만났다는 사실이 보도되자 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기사에는 빌이 엡스타인의 맨해튼 타운하우스에 밤늦게까지 머물렀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WSJ가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멀린다는 NYT 보도 직후 변호사들과 여러 차례 통화를 나눴다. 당시 빌의 대변인을 맡고 있던 브리지트 아널드는 “빌은 엡스타인과 만난 것을 후회하고, 그 행동이 판단착오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게이츠 부부는 지난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회의에 불참해 이상징후를 보였고, 같은 해 3월 빌은 MS와 버크셔해서웨이 이사진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게이츠 부부는 이때 이혼 문제를 본격 논의 중이었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내내 재산분할 협의를 진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WSJ는 빌의 투자사가 지난주 멀린다에게 자동차딜러업체 오토네이션을 비롯해 멕시코 방송업체, 캐나다 철도업체 등 모두 24억 달러(약 2조6733억 원)어치의 주식을 이전했다고 보도했다. 포브스지가 추산한 게이츠 부부의 자산 규모는 1300억 달러에 달한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