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제외하고 16억회분 확보
마크롱 “다른 백신 더 효과적”

유럽연합(EU)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추가로 구입하지 않기로 했다고 9일(현지시간) 밝혔다. 화이자와 모더나 등 다른 백신이 충분히 확보돼 있는 가운데 잇단 공급 차질과 혈전 부작용 등을 감안한 결정으로 보인다. 미국과 EU가 사실상 AZ 백신을 퇴출한 셈으로, AZ 백신이 주력인 한국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dpa통신 등에 따르면 티에리 브르통 EU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프랑스 라디오 방송 앵테르에 출연해 “EU 집행위원회는 AZ와 6월 이후 공급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다”며 “이후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디디에 렝데르 EU 법무 담당 집행위원도 이날 벨기에 방송 VRT 인터뷰에서 “우린 AZ와 지속적으로 문제가 있었으며 이제 상호 신뢰가 고갈된 상태”라면서 “추가 구매는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이날 “EU의 결정을 환영한다. 우리는 변이 바이러스 대응에 다른 백신들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동조했다.

이에 따라 EU와 AZ가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측은 AZ 백신의 유럽 공급 지연을 놓고 갈등을 겪어왔다. 여기에 AZ 백신의 심각한 혈전 부작용 논란도 이 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 EU가 화이자, 모더나 등 다른 백신들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 점도 이번 결정의 배경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듀크대 글로벌보건혁신센터의 국가별 코로나19 백신 구매 통계에 따르면 EU는 AZ를 제외하고 화이자 6억5000만 회분, 모더나 3억1000만 회분, 얀센 2억 회분 등 모두 16억8500만 회분을 확보해놓고 있다. EU는 지난 8일 2023년까지 18억 회분의 백신을 추가로 공급받는 계약도 화이자와 체결했다.

한편 미국이 지지하는 코로나19 백신의 지식재산권 일시 면제에 대해 당초 찬성 입장을 밝혔던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이 반대 입장으로 돌아선 가운데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지재권이 면제되더라도 핵심 기술이 중국과 러시아로 넘어가지 않을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이날 화이자와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생산을 위한 합작회사를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중국이 자체적인 mRNA 백신 생산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