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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드리언 매킨티의 ‘더 체인’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동네에 ‘행운의 편지’라는 게 돌았다. 영국인가 어딘가에서 시작됐고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을 당한 이유는 그 메시지를 무시했기 때문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핵심은 받자마자 똑같이 다수의 수신자에게 전달해야 화를 면한다는 것이다. 다소 어처구니없게 들렸지만 믿은 이도 상당수인 듯했다. 작가 에이드리언 매킨티의 인터뷰를 보니 다른 나라에서도 사정은 비슷했던 모양이다. 매킨티는 서른여섯에 첫 번째 소설을 썼다. 그 뒤로 20여 년 동안 열다섯 권의 범죄소설을 출간했으나 돌아온 것은 에드거상과 약간의 인세, ‘집세가 없으면 나가 달라’는 집주인의 부탁이었다. 아내와 두 딸을 데리고 집에서 쫓겨나던 날, 매킨티는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앞으로 소설을 쓰지 못할 것 같다고. 다음 날부터 낮에는 우버 운전사, 밤에는 술집에서 바텐더로 일하는 생활을 이어갔다.

베스트셀러 작가 돈 윈슬로의 전화를 받은 건 뜻밖이었다. 그와의 인연이라면 작가회의에서 스치듯 인사를 나눈 게 전부였기 때문이다. 윈슬로는 물었다. 블로그를 봤는데 글쓰기를 포기한 게 사실이냐고. 자신이 매킨티의 팬이며 다음 소설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우상이었던 작가와의 통화는 즐거웠지만 무슨 기대를 가졌던 건 아니다. 몇 주 뒤 윈슬로의 에이전트 셰인에게 연락이 오기 전까지는. 장거리 손님을 태우느라 파김치가 돼 곯아떨어졌던 날 자정 무렵, 셰인은 전화를 걸어 “지금 만 달러를 송금하면 당분간 글쓰기에 전념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서랍 속에 처박아둔 미완성 단편 ‘더 체인’(아르테)을 장편으로 탈고할 수 있었던 건 셰인의 끈질긴 조언 덕분이다. 어린 시절 유행한 ‘행운의 편지’에서 영감을 얻은 ‘더 체인’은 딸을 납치당한 엄마가 유괴범(의 아들도 누군가에게 납치당했다)으로부터, 딸을 살리려면 몸값을 지불해야 할 뿐만 아니라 다른 가족의 아이를 유괴해야 한다는 명령을 받고 연쇄 범죄의 고리를 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인터넷의 뒷골목인 다크웹과 소셜 미디어, 비트코인이 어떤 식으로 범죄에 활용되는지를 대담한 방식으로 보여준 소설은 출간되자마자 단숨에 베스트셀러가 됐다. 파라마운트 영화사에서는 수백만 달러를 지불하고 판권을 사 갔다.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매킨티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작가들에게 두 가지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가능한 한 오래 버티라는 것. 셰인이 전화를 하면 그게 자정이든 새벽이든 꼭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조언은 편집자인 나에게도 유효한 듯하다. 숨도 못 쉬고 소설에 몰입한 게 얼마 만인지. 지난 20년간 범죄소설이라는 한 우물만 팠던 작가에게는 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더 체인’이 세상에 나오도록 애쓴 윈슬로와 셰인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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