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미만의 치매·뇌혈관성질환 등 노인성 질병을 가진 사람에 대해 ’장애인 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활동지원급여‘를 신청하지 못하도록 한 제도는 부당한 것이 아닌가?’ 이런 문제의식을 느낀 광주의 한 중증 장애인이 관련 법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제기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이끌어낸 데 이어,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제기한 자신의 관련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4년 4개월에 걸친 그의 법적 투쟁 덕분에 비슷한 처지의 장애인들이 국가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제1행정부(부장 박현)는 최근 A(여·58) 씨가 광주 북구청장을 상대로 낸 사회복지서비스 변경신청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북구가 A 씨에게 한 사회복지서비스 변경신청 거부 처분은 위법하다.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북구가 변경신청 거부의 근거로 삼은 법률 조항(장애인활동지원법 제5조2항,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2조)이 지난해 12월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점을 들어 “해당 법률조항은 그 적용이 중지돼 있는 상태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다발성 경화증·하반신 경직 등을 앓고 있는 노인성 질병 환자로, 뇌병변 장애 1급의 중증장애인인 A 씨가 광주 북구청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2016년 12월이다. A 씨는 앞서 2010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장기요양 인정을 신청해 노인장기요양보험법상 장기요양 1∼5등급 중 3등급 판정을 받았다. 2011년 4월부터 요양보호사로부터 주 5회·하루 3시간의 신체·가사 활동 지원을 받았고, 건강 악화로 2등급 판정을 받은 2016년부터는 주 6회·하루 4시간의 방문 요양 서비스를 받았다.

A 씨는 하루 4시간의 지원만으로 자립 생활이 어렵게 되자 2016년 9월 북구에 장애인활동법에 따른 활동지원급여를 받기 위해 북구에 사회복지서비스 변경 신청을 했다. 장애인 활동지원급여로는 월 최고 648만 원, 하루 최대 14시간까지 활동 지원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 당시 받고 있던 노인 장기요양 급여(월 최고 149만 원, 하루 4시간의 요양보호사 지원)와는 차이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구는 A 씨의 복지서비스 변경 신청을 거부했다. 장애인활동지원법 5조와 노인장기요양보험법 2조의 규정상 ‘65세 이상의 노인 또는 65세 미만으로 치매·뇌혈관성질환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노인성 질병을 사람’은 장애인 활동 급여를 신청하지 못하게 돼 있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A 씨가 4년 4개월 전에 제기한 ‘사회복지서비스 변경신청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이번에 승소한 것은 자신이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한 데 힘입은 바 크다. A 씨의 신청을 받은 광주지법은 해당 법 조항이 65세 미만의 노인성 질환을 앓는 장애인을 차별한다고 판단, 2017년 7월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이에 헌재는 지난해 12월 “65세 미만의 장애인 가운데 일정한 노인성 질병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장애인 활동 지원 급여를 신청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자립 욕구나 재활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장애인활동지원법 5조 2호에 대해 2022년 12월 31일까지 개선 입법을 하라고 선고했다. 다만, 개선 입법 전까지는 현행법이 잠정 적용된다.

광주=정우천 기자 sunshi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