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검찰·경찰에 ‘중복수사 이첩 논의’ 협의를 위해 기관별 의견을 수렴한 뒤 모르쇠로 일관 중이다. 이첩 문제가 미해결된 상황에서 공수처가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 중 이규원 검사 의혹만 검찰과 별도로 수사 의지를 드러내 ‘꼬리 자르기’ 수사 우려가 커진다.

26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4일까지 검찰과 경찰, 군 검찰, 해양경찰 등에 중복수사 이첩에 대한 의견을 회신한 공수처는 이날까지 회신 결과를 공유하지 않았다. 중복수사 이첩이란 공수처법 24조에 의해 다른 기관이 수사 중인 범죄에 대해 공수처장이 이첩을 요청하면 해당 기관은 응하도록 한 조항이다. 이달 초 공수처는 각 기관에 “중복수사 이첩에 대해 검찰과 경찰 등과 협의를 진행할 테니 의견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각 기관은 다른 기관은 물론 공수처 의견도 모르는 상황이다. 공수처는 중복수사 이첩 논의를 위한 회의 일정 조율도 시작하지 않았다. 공수처가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 중 이규원 검사 사건만 검찰로부터 분리해 수사할 경우, 전체 의혹에 대한 수사 자체가 뭉개질 수 있다. 이 검사가 본인 혐의를 부인할 경우, 다른 공범들에 대한 수사 결과 등을 토대로 이 검사에 대한 혐의를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 중 다른 인물에 대한 사건은 공수처가 아닌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변필건)에서 수사 중이다.

염유섭 기자 yuseob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