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감격의 미소 배우 윤여정이 26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뒤 트로피를 손에 든 채 활짝 웃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나리’로 여우조연상 수상
亞배우로는 64년만에 쾌거

尹 “사실 경쟁을 믿지 않아
오늘 운이 좀 더 좋았을 뿐”

배우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최고 권위의 아카데미상을 거머쥐었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른 뒤 한국인으로서 2년 연속의 쾌거다.

윤여정은 26일 오전 9시(현지시간 25일 오후 8시)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진행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나리’의 순자 역으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의 마리아 바칼로바, ‘힐빌리의 노래’의 글렌 클로스, ‘맹크’의 어맨다 사이프리드, ‘더 파더’의 올리비아 콜먼 등 쟁쟁한 후보들을 제친 결과다. 93년 아카데미 역사에서 한국 배우가 연기상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고, 한국 영화 역사에 있어서도 최초다. 아시아 배우로는 ‘사요나라’(1957)의 우메키 미요시에 이어 64년 만에 두 번째다.

이미지 크게보기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배우 윤여정이 25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에 도착, 레드카펫에 올라 웃음 짓고 있다. 2021.04.26.

윤여정은 ‘미나리’의 제작사인 플랜B를 설립한 브래드 피트가 이름을 부르는 순간, 환한 표정으로 박수를 받으며 무대로 올라섰다. 그는 “제가 사실 경쟁을 믿지 않는다. 글렌 클로스의 훌륭한 연기를 너무 많이 봐왔는데… 오늘은 그냥 (내가) 운이 좀 더 좋아서 서 있는 것 같다”면서 “정이삭 감독은 우리의 선장이었다. 두 아들에게도 고맙다. 그리고 저의 첫 영화를 만들어주신 김기영 감독에게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윤여정은 이달 초 미국배우조합(SAG)상과 영국 아카데미에서 수상하며 아카데미에서의 우세를 굳혔다.

특히 SAG 소속 배우의 상당수가 아카데미 회원과 겹치고, 아카데미 회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직군이 배우이기도 해서 SAG의 수상 결과는 아카데미 결과를 예측하는 중요한 바로미터였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사흘 앞둔 지난 22일에는 ‘필름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즈’에서 트로피를 더했다.

미국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는 영국 아카데미를 전후해 윤여정을 미국 아카데미의 가장 유력한 수상 후보로 꼽으며 “영국 아카데미 수상자가 오스카에서 수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번 시상식에서 ‘미나리’는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각본상, 음악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소재로 한 이 영화는 1980년대 남부 아칸소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그렸다. ‘미나리’는 이날 여우조연상 수상에 만족해야 했다. 작품상은 ‘노매드랜드’, 감독상은 ‘노매드랜드’의 클로이 자오 감독, 각본상은 ‘프라미싱 영 우먼’, 음악상은 ‘소울’ 등에 돌아갔다. 봉준호 감독은 감독상 부문 시상자로 나서 자오 감독의 수상을 축하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