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기소 앞 수사심의위 요청
‘시간끌기’에 檢 “빨리” 맞불
내부에선 反李기류 더 강해져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유력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표적 수사’를 하는 검찰 수사를 믿지 못하겠다면서 대검찰청과 수원지검에 각각 전문수사자문단과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지자 일선 검사들은 황당해 하고 있다. 하지만 수사팀은 이 지검장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무마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찰청과 수원지검 수사팀(팀장 이정섭 형사3부장)은 이 지검장이 오는 29일 열리는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차기 총장 후보로 추천되더라도 기존 기소 방침에는 변동이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특히 수사팀은 압수수색 및 관계자 소환조사 등을 통해 상당량의 증거를 확보했다.

이러한 이유로 수사팀의 상부기관인 수원고검은 전날 외부인 판단을 받겠다는 이 지검장의 주장에 해당 사건을 수사심의위에 올릴지를 결정하는 부의심의위 절차를 생략하고 곧바로 수사심의위를 개최할 것을 대검에 요청했다. 이 지검장이 총장만이 소집할 수 있는 전문수사자문단을 거론하면서 조남관 총장 권한대행까지 사건에 끌어들이려 했으나 오히려 수사팀의 자신감만 확인하는 꼴이 됐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김종민 변호사(전 광주지검 순천지청장)는 “대검 차원에서 모든 검토가 끝난 상황이라 빨리 기소하고 정리하는 것이 맞다”며 “이 지검장이 억울하고 다툴 부분이 있다면 법원에서 무죄를 다투면 된다”고 지적했다. 일선 부장검사는 “향후 권력수사와 미완의 검찰개혁을 마무리하려면 정권 나팔수가 아닌 검찰 조직을 합리적으로 이끌 총장이 절실하다”며 “이 지검장이 차기 총장이 된다면 검찰 조직은 그간 겪지 못했던 초유의 사태를 맞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문 대통령이 대학 후배인 이 지검장을 차기 총장으로 임명하면 검찰 조직은 ‘추미애 vs 윤석열’ 때보다 더 혼란을 겪을 것이란 우려가 법조계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