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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운동가 출신 채이배 前의원
“재벌규제용… IT기업엔 안맞아”

공인회계사 출신의 시민운동가로, 20대 국회의원을 지낸 채이배(사진) 전 바른미래당 의원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쿠팡 동일인 지정 논란에 대해 “불필요한 논쟁”이라고 일축했다. 미국 시민권자인 김범석 쿠팡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해 봐야, 국내법인 공정거래법이 어차피 실효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 전 의원은 21일 문화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기존의 전례를 보더라도 동일인 지정은 내국인을 대상으로 해 왔다”며 “총수(동일인)의 사익편취 등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었는데, 외국인에게는 사실상 적용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번 논쟁은 불필요하다”고 잘라 말했다.

채 전 의원은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해외의 계열 회사들까지 국내법 규제 범위에 넣을 수 있다면 동일인 지정이 의미가 있겠지만, 공정거래법은 국내에 적용되는 법이지 해외에 적용될 수 있는 법이 아니다”라며 “김 의장이 한국계 미국인이다 보니 국민 정서적인 문제가 있는 듯하지만, 그것과 법률적 책임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세법에서 외국인이라도 국내에 거주하는 기간이 길고, 자산과 경제적 활동을 국내에서 할 경우 실질과세 원칙에 따라 내국인처럼 과세할 수는 있다”며 “그런 것들이 공정거래법에도 통용된다면 검토해 볼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채 전 의원은 “혁신기업과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도적 보완을 통해 이들을 규제할 수는 있겠지만, 현재의 동일인 지정 제도로 이들을 몰아가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동일인 지정 제도 자체에 대해서도 보완의 필요성이 있다고 제기했다. 그는 “동일인 지정 제도는 과거 ‘재벌’ 규제를 위한 것이었는데, 최근의 혁신 기업, IT 기업들에는 기존의 조항들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채 전 의원은 ‘공정 경제’와 ‘경제 민주화’를 주장하며 시민운동을 했고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주도한 장하성 주중대사의 대학 제자다. 공정거래위원장을 지냈던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도 친분이 두텁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