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서울·부산 野당선자 靑 초청
“단체장과 코로나·민생 협력”

이철희 정무수석 건의해 성사
野인사만 참석한 오찬은 처음

재보선 패배후 소통방식 주목
“정책적 반성·변화 없인 한계”

문재인(얼굴) 대통령은 2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4·7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박형준 부산시장과 오찬을 함께했다. 문 대통령이 야당 인사만을 초청해 오찬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4·7 보궐선거 참패 후 국정 운영의 스타일이 바뀐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오늘 오찬은 대한민국 제1·제2 도시인 서울과 부산의 현안에 대해 야당 소속 단체장과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으는 것이 매우 중요하므로 마련됐다”며 “야당 소속 단체장과의 협치의 자리”라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는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참모가 되겠다던 이철희 정무수석이 임명 직후 문 대통령에게 건의했고 문 대통령이 이를 바로 수용, 두 시장을 초청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야당 인사와 오찬을 함께한 것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김태년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함께 봤던 지난해 5월 이후 거의 1년 만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야당 인사만 초청해 오찬을 가진 사례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오찬에서 두 시장의 취임을 축하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부동산 문제, 민생경제 회복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방역, 부동산 문제 해결을 통한 서민 주거 안정 등을 위해 두 광역단체가 중앙정부와 긴밀히 소통·협력할 것을 당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 시장은 오찬에서 민간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통한 주택 공급 확대에 당·정·청이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업종별 영업시간 차등, 자가진단 키트 도입 등 서울형 상생방역도 재차 설명했다. 박 시장은 오찬에 앞서 “가덕도신공항 지원을 당부하는 한편,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20일)에는 선거에서 패한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와 만찬을 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밝혔다.

문 대통령의 이날 오찬은 보궐선거 참패 후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다소 변화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싣는다. 한 여권 관계자는 “지난 16일 개각과 청와대 개편 인사, 19일 수석·보좌관회의, 21일 오찬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문 대통령이 분명히 바뀌었다는 점”이라며 “안정적인 하반기 국정 운영을 위해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걸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개각에서 여권 내 비주류로 분류되는 김부겸 국무총리 지명자를 발탁하고 여권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은 이철희 정무수석을 임명한 데 이어 19일 수보회의에서는 “국민의 질책을 쓴 약으로 여기고 국정 전반을 돌아보며 새 출발의 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평소 잘 쓰지 않는 단어들”이라고 말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보궐선거 참패를 계기로 국정 운영에 변화를 주겠다는 의지가 분명히 드러난 것”이라고 평했다. “지금까지의 성과는 더욱 발전시키고, 부족한 것은 채우고 고치겠다”고 밝힌 부분이나 야당과의 협치, 기업과의 소통·지원을 강조한 것 역시 달라진 지점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실질적인 국정 기조의 변화 없이 국정 운영 스타일의 변화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민주당에서 친문(친문재인) 성향의 윤호중 원내대표가 당선되고, 새로 꾸려질 당 지도부도 친문 일색이 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국정 기조의 전환을 명확히 하지 않는 한 국민이 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정책적 부분에 대한 반성과 변화도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