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民意 불복하며 부동산 몽니 靑, 국민 고통 더 키운다

여당의 최악 참패로 끝난 4·7 선거는 문재인 정권 4년에 대한 국민의 ‘레드 카드’였다. 정상적 반응은,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나와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반성하고, 인물과 정책 쇄신에 나서는 것이다. 선거 민의를 받드는 것이 민주국가 정당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 정권은 ‘국정 기조 유지’를 밝혔다. 이런 반응은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것으로, 다음의 네 측면에서 심각하다.

첫째, 문 대통령은 8일 대변인을 통해 “엄중히 받아들이고, 더욱 낮은 자세로 국정에 임하겠다”고 했지만 진정성은 안 보인다. 100자 조금 넘는 표현에선 무성의까지 느껴진다. 지난해 4·15 총선 후 “진정한 민심” 운운하며 500자 넘는 입장을 냈던 것과 비교해 봐도 알 수 있다. 게다가 정책 시정이 아니라 ‘부동산 부패 청산’을 강조했다. 이런 인식부터 문제지만, 부패 수사 자체도 지지부진하다. 검찰과 감사원을 배제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우여곡절 끝에 지도부 사퇴 결정이 났지만, 비상대책위원장에 친문 인사를 선임하자 당내에서도 개탄이 쏟아졌다.

둘째, 정부와 여당, 그리고 여당이 지배하는 서울시의회는 오세훈 서울시장 첫 출근에 맞춰 ‘몽니’부터 부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예정에 없던 부동산 대책회의를 소집해 “정책의 큰 틀은 흔들림 없이 유지돼야 한다. 주택 공급은 지자체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찬물부터 뿌렸다. 민간 재건축 활성화 등을 제시한 오 시장의 발목을 잡겠다는 얘기다. 이미 경질이 발표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계속 자리를 지키는 것부터 국민 농락이다. 서울시의회는 “전임 시장 사업이라는 이유로 유야무야 되지 않도록 의회가 감시와 견제를 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선거 민의를 대놓고 뭉개는 오만한 행태다.

셋째, 문 정권 인사들은 선거 패인을 언론 탓, 검찰 탓으로 돌렸다. 김종민 전 최고위원은 불공정한 보도가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면서 “좀 심했다”고 주장했다. 김어준 씨는 아예 포털에까지 화살을 돌렸고, 민주당 게시판에는 언론·검찰·포털 개혁에 나서자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넷째, 가장 심각한 문제는 부동산 정책 시정 공약을 또 없던 일로 돌릴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 선거 전에는 여당 인사들이 앞다퉈 ‘사죄한다’며 고개를 숙이고 공시가 조정,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규제 완화, 재건축·재개발 민간참여 허용 등을 약속했다. 지난해 4월 총선 때도 1주택자 종부세 완화 등을 약속했지만 압승 뒤엔 유야무야는 물론 정반대 입법을 쏟아냈다. 문 정권의 이런 행태는 다음 선거에서 또 심판을 받겠지만, 그때까지 국민 고통은 더 커갈 수밖에 없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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