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재 “부채·취약금융 등 우려”
美, 다국적 기업에 납세 의무화
135국에 제안… 7월 합의 전망

국제통화기금(IMF)의 제프리 오카모토 부총재는 8일 “경기부양책이 과도한 부채와 취약한 금융으로 이어져 경제 회복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글로벌 최저법인세 개편안에 다국적 기업의 현지 지역 납세 의무화를 포함해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제 조세 개편안 합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오카모토 부총재는 이날 미 CNBC 방송에 출연해 “코로나19 사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의 경기부양책을 지지하면서도 이런 조치가 중장기적으로 세계 경제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정과 통화 정책에서 완화적인 입장이 너무 오래가면 위험(리스크)을 불러올 수 있다”며 “특히 금융시장에 일부 취약점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카모토 부총재는 “재정에서도 금리가 낮고 대출 능력이 된다고 해서 아무 목적으로 돈을 무제한 빌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신중하게 정책을 선택하지 못하면 부채 과잉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가 다국적 기업의 현지 지역 납세 의무화를 포함하는 내용을 담은 제안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국제 조세를 협상하는 135개국에 보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 문건에서 디지털세 도입을 막고 조세 회피에 기여하는 현행 국제 조세 체제를 무너뜨려야 한다는 입장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디지털세 도입 등을 강행하고 있는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연합(EU) 주요국들은 미국의 다국적 기업 각국 조세 주장을 적극 환영하고 있다.

네덜란드 재무부 장관은 “국제 조세 시스템을 현대화하고 글로벌 해결 국면을 찾는 등 효과적인 제도를 마련하기 위한 의미 있는 조치”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오는 7월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 국제 조세 개편안에 대한 원칙적인 합의안이 도출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다국적 기업을 겨냥한 증세안 세부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미 재무부는 자국 기업의 조세 회피 규제와 해외 수익에 대한 과세 강화 등의 증세안을 내놓았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