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유엔대북제재위원회 보고서에 실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마이바흐 승용차. 보고서캡처

안보리 “정유제품 대량 반입에
전투기 부품·무기 거래도 적발
해킹 자금으로 핵·미사일 개발”

북한이 중국·러시아를 통해 대북제재 속에서도 수출입 금지 품목인 정유제품과 전투기 부품 및 각종 무기 등을 거래했다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지난달 31일 지적했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등 고급 외제차와 사치품을 구입하는 동안 북한 주민들의 생활은 제재 장기화로 더욱 피폐해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공개된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1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직접 인도나 선박 바꿔치기 수법 등을 통해 정유제품을 밀수했다. 이런 방식으로 북한이 밀수한 정유제품 총량은 유엔 안보리 제재가 정한 수입 상한선(50만 배럴)을 몇 배 이상으로 초과했다. 또 북한은 2016년 러시아의 무기상을 통해 미그-29 전투기의 내비게이션 시스템에 사용되는 부품 5종을 수입하려다 적발됐으며, 체코·나이지리아 등에서도 무기 거래를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은 2019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해킹을 통해서 3억1640만 달러(약 3575억 원) 상당의 가상자산도 훔쳤으며, 이를 핵·미사일 개발자금으로 사용했다.

또 보고서는 대북제재로 사치품 수입이 금지됐지만, 북한은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클래스 600과 650(풀만) 승용차, 렉서스의 SUV를 불법 수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 경제는 제재 장기화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자연재해 등이 겹치면서 급추락하고 있다. 물가 급등과 사재기 현상이 발생했으며, 의료·보건 관련 물품의 부족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일부 회원국은 제재 이행 보고서에서 “북한이 에너지 금수 조치로 대중교통과 농업 분야에서 큰 타격을 받았으며, 연료로 쓰기 위한 벌목 때문에 삼림도 황폐화됐다”고 밝혔다.

베이징=박준우 특파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