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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남 국제부 차장

중국의 신장(新疆)위구르족 인권 탄압에 대한 서방의 제재에 맞서는 중국의 결기가 예사롭지 않다. 언행 모두 초강경 태세다. 최근 미국 등이 신장 관리 2∼4명을 제재하자 중국은 서구 정치인은 물론 학자, 종교계 인사까지 포함해 2∼3배 이상의 제재 명단을 내놨다. 지난달 26일 중국 군용기 20대가 일제히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해 역대 최대 규모 무력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외국 열강들이 대포 몇 대로 중국의 대문을 열 수 있던 시대는 이미 영영 지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쟁 예고 수준 경고인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고 말하지 말라(勿謂言之不豫也)’는 표현까지 동원했다.

중국이 이처럼 신장·대만·홍콩 등 이른바 ‘핵심 이익’과 관련해 서구의 압박에 총력 대응하는 까닭은 중국식 사회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서다. 대외적으로는 급격히 커진 중국의 국력은 사회주의 제도 때문에 가능했다는 자신감을 적극 표출한다. 지난달 18∼19일 미·중 충돌을 빚은 앵커리지 고위급 회담에 대한 관영 신화(新華)통신 보도에서 중국 측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제도는 중국 실정에 가장 부합하는 제도이며, 중국 발전의 ‘비밀’”이라며 “중국은 자신의 민주 제도와 가치를 견고히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거친 모두 발언’으로 주목을 받은 양제츠(楊潔지)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은 “미국엔 미국식 민주주의, 중국엔 중국식 민주주의가 있으며, 세계 다수 국가는 미국의 가치를 국제적 가치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윽박질렀다. 그는 “미국은 마치 윗사람처럼 중국에 말할 자격이 없고, 이런 방식은 중국에 통하지 않는다”고 일갈해 중국 네티즌들이 열광했다. 이런 공격적 발언은 인권과 민주를 명분으로 한 서구의 총공세에 자신의 가치를 지키지 못하면 중국 체제가 허물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의 표출이기도 하다. 가치 전쟁에서 패하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핵심으로 하는 중국 공산당 영도의 근간이 붕괴될 수 있다. 앵커리지 회담 보도는 “중국 공산당 영도와 당 영수(領袖)의 핵심 지위는 고통스러운 실천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며, 중국 인민의 지지를 얻었다”며 “이런 집단의지는 반석처럼 튼튼하며,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즉, 우리는 시 주석 영도하에 중국식 사회주의 제도와 가치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테니, 미국은 자신의 가치를 강요하지 말라는 엄포인 셈이다.

포린 어페어스에 따르면, 1993년 중국 군부는 “중국과 미국은 서로 다른 가치와 사회 제도를 놓고 충돌하고 있어 중·미 관계의 근본 개선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런 뿌리 깊은 미·중 가치 전쟁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 들어 전면화로 치닫고 있다. 주펑(朱鋒) 난징(南京)대 국제관계연구원장은 최근 환추스바오(環球時報) 기고에서 “미국은 중국의 향후 수십 년 지속 가능한 굴기(굴起)를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관문”이라고 주장했다. 미·중 가치 전쟁이 치열할수록 전략적 모호성을 고수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처지는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 인권 등 보편 가치에 도전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분명한 입장이 필요할 때다.